[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필리핀의 복싱영웅 출신 정치인 매니 파퀴아오 상원의원이 19일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발표했다.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휘하 집권당 중 파퀴아오 자신이 이끄는 한 분파가 그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자 이를 수락한 것이다.
앞서 집권당 PDP-라반 당 최대분파는 지난주 두테르테의 측근인 크리스토퍼 '봉'고 상원의원을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봉고 의원은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며 다른 분파가 파퀴아오를 지명한 것이다.
열흘 전 집권당은 헌법에 의해 대통령직 재선 출마가 불가능한 두테르테(76)를 내년 대선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봉고 상원의원이 지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두테르테의 딸로 다른 당을 창시한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을 집권당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는 중간 수순이라는 추정이 나돌고 있다. 아버지는 부통령, 딸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두테르테 가문 및 집권당 최대 분파가 계속 권력을 잡겠다는 기획이라는 것이다.
이날 파퀴아오(42) 의원은 현 정부의 부패와 대 중국 유화 노선을 강력히 비판하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퀴아오는 프로 복싱 26년 경력 동안 사상 최초로 8개 체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번갈아 차지한 필리핀 영웅이다. 한 달 전 WBA 슈퍼웰터급 챔피언에 도전했으나 실패했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하지 않는 선수 신분이다.
인구 1억1000만 명의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연관 없이 각각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선거는 내년 5월 치러진다.
이날 파퀴오 지명으로 집권당 내 다른 두 분파가 별도로 대선 후보를 각각 지명한 셈인데 선거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사라 두테르테의 집권당 영입 여부 이전에 주목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