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은주 기자] UNIST(총장 이용훈)의 반도체회로 설계기술 3건이 ‘반도체 올림픽’으로 불리는 2022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기전자공학과 김성진 교수팀의 뇌 신경 데이터 모니터링 기술과 라이다(LiDAR) 센서 설계 기술, 김재준 교수팀의 생체저항 정보기반 실시간 혈압 측정 기술이다.
지난 17일 열린 ISSCC 한국 기자단 간담회에 따르면, UNIST의 ISSCC 논문 채택 건수는 카이스트(10편), 포스텍(5편)에 이어 국내 대학 중 3위에 해당한다.
특히 UNIST 연구진은 이미지·MEMS·메디컬·디스플레이 분야(IMMD)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분야는 국내에서 총 10건의 논문이 채택됐는데, 그중 3건이 UNIST 연구진의 기술이다.
김성진 교수팀의 차지형 연구원 등은 뇌 신경 세포가 만드는 신호 정보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인다. 조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사용자의 생각을 읽어내 작동하는 전자기기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기존보다 반도체회로 크기는 5배 줄이면서 뇌 신호 측정 효율은 15배 이상 증가시켰다. 또 데이터 처리량을 50% 이상 대폭 감소 시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차지형 연구원은 “뇌 신경세포는 크기가 작고 그 수가 수백 억 개에 이르러 신경 신호와 세포 간 연결성 분석이 쉽지 않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신호 데이터를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회로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목밴드와 같이 착용만 하고 있으면 혈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생체저항(Bio Impedance) 측정 기술도 있다. 김재준 교수팀의 박찬샘 연구원 등이 한양대 장동표 교수팀, ㈜소소와 공동 제안한 기술이다. 생체저항 측정 기술은 체성분(근육, 체지방량)측정에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생체저항에서 미세한 심혈관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혈압 모니터링 반도체회로를 개발했다. 필요한 전극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 크기와 단가를 낮추면서도 측정 정확도가 높은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분석을 위한 채널 숫자도 기존 2개가 필요했지만 이를 하나로 줄여 전력과 면적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김성진 교수팀의 박성혁 연구원 등은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라이다 센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다 센서는 빛으로 거리 영상을 얻는 기술로 기존 레이더나 초음파 기반 기술에 비해 또렷하고(고해상도), 시야가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동작한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이나 자율주행차량에 필수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 대비 픽셀 크기를 유지하며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2배 이상) 높였다. 또 태양광에 의한 강한 외광이 있더라도 정확한 거리 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는 외광 제거 기술을 탑재했다.
이 같은 성과는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ISSCC 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아날로그, 데이터 컨버터, 디지털 아키텍처·시스템, 디지털 서킷, IMMD, RF(무선주파수), 무선, 유선, 메모리 등 총 12개 분야 200편의 논문이 소개된다.
한편, 1954년에 설립된 ISSCC는 초고밀도집적회로(VLSI)학회, 국제전자소자회의(IEDM)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학회로 꼽힌다. 세계 3000여 명 학자와 연구원이 참여, 연구 성과와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학회 참석자 60% 이상이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굴지 반도체 업계 소속으로 실용 연구에 집중하는 학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