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 하길종 감독의 사후 30주기를 맞아 한국영화 회고전을 연다.
<화분>, <바보들의 행진>과 같은 걸출한 영화를 만든 하길종 감독은 단순한 영화인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하길종은 새로운 영화 문화의 첨병이자 한국 문화와 사회의 현실을 개탄한 고뇌하는 지식인의 대명사였다. 그를 둘러싼 맥락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하길종은 70년대 피어난 청년 문화의 상징적 아이콘이었다. 그의 영화에 음악 작업을 한 이들로는 송창식, 신중현과 같은 록과 포크를 아우르는 대중음악의 거장들과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의 음악이 시도되었다.
둘째, 하길종은 당대 최고의 비평가였다. 사후에 출간된 <백마 타고 온 또또>, <사회적 영상과 반사회적 영상>은 하길종의 유감없는 글솜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발간되는 ‘하길종 전집’에는 그 동안 품절되었던 하길종의 다양한 에세이와 비평뿐만이 아니라 그가 초기에 발간한 시집인 <태를 위한 과거분사>와 김지하 시인과 함께 써 내려간 시나리오 <태인전쟁> 등을 만날 수 있다.
셋째, 하길종은 새로운 영화 언어를 시도했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귀국 후 하길종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새로운 청춘 시대의 대변자이기를 원했고, 나아가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기를 소망했다. 하길종은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와 함께 놓이기를 꿈꾸는 예술가였다. 그는 ‘영상시대’의 결성을 통해 동시대 젊은 감독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를 꿈꾸기도 했다.
이러한 하길종의 모험은 뜻밖의 사고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하길종 감독이 남긴 7편의 장편 영화와 UCLA에서 졸업영화로 선을 보인 전설적인 작품 <병사의 제전>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을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사례이며, 16미리로 제작된 작품을 복원하고 다듬어 35미리 필름으로 상영을 할 예정이다. 또한, 하길종 전집 발간과 더불어 그의 영화 정신을 되새기는 세미나의 개최를 통해 그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음미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월드시네마 섹션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그 동안 부산영화제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던 할리우드의 고전 영화를 선보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작품들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올해 한국 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인 하길종 감독이 미국 유학 시절이나 자신의 글을 통해 영향을 받은 작품들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하길종 감독의 스승이었던 아서 펜을 비롯하여 1960∼70년대에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자리는 한 편의 영화를 과거의 추억 속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하길종 감독의 작품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남다른 관람의 포인트다. 그것은 태평양을 넘어 영화 세계의 조우를 맛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올해 영화계의 슬픈 소식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거장 유현목 감독이 타계 소식이다. 그는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거장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면서 그가 남긴 여러 작품 중 세 편을 선정하였다.
<오발탄>은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인 동시에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순교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인 유현목과 더불어 소설의 원작자인 김은국씨가 유현목 감독 타계 전인 6월 23일에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순교자>의 상영은 두 예술가의 초상을 기리는 동시에 한 세대의 사라짐을 추억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영될 작품은 <분례기>이다. 이 작품은 그 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가 없었는데, 영상자료원에서 새롭게 발굴한 프린트의 복원을 통해 상영된다.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작인 유현목의 걸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한편, 올해로 5회를 맞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 : 이하 AFA)2009는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을 교장으로 위촉했다.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은 최근 <도쿄 소나타>를 통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연출의 폭을 넓혀가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그와 더불어 영화 <새벽의 끝>으로 로카르노영화제의 경쟁부분에 상영되는 최초의 말레이시아 영화를 탄생시킨 호유항 감독이 연출지도를,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오프사이드>의 촬영을 맡은 마흐무드 칼라리 감독이 촬영지도를 맡아 올해 AFA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2005년 첫 행사 이후, 해마다 졸업생들이 각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AFA는 동서대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주최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10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진행되는 AFA2009는 16개국 24명의 참가자가 함께 한다. 교수진의 지도로, 단편영화제작, 워크숍, 마스터클래스, 특강, 멘토링 등을 통해 영화 만들기의 실제와 철학에 대해 배우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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