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8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한국철도공사 김성호(44세,사진) 차장을 선정했다.
수상자 김성호 차장은 수작업에 의존하던 선로유지보수 부문에 기계화를 이끌어내고 폭 넓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철도 안전 운행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기능인이다.
1967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선택한 것은 김천직업훈련원 기계공작과. 남들보다 손재주가 야무졌던지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만들거나 학교에서 만들기 실습을 할 때마다 제 작품이 제일 정교하고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군대처럼 빡빡한 훈련원 생활을 견디느라 처음엔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계와 기술에 친숙해 졌고 자신감이 다시 생기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됐죠.”
훈련원 졸업 후 서울에 취업을 하게 됐지만 16살 소년에게 현장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남들처럼 평범한 고교시절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끊임없이 번민했다. 고민 끝에 서울기계공고 기계과 야간반에 입학했고 이후 몇 차례 직장을 옮기면서도 학교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직업훈련원과 직장생활에서 손에 익은 기능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무르익어 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몸은 고단했지만 퇴근하고서 학교 가는 길이 얼마나 즐거웠던지 하루하루가 새롭더군요.”
군대(해병대)를 만기 제대한 후 그는 본격적으로 기능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자동화 기계와 관련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기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IMF가 발생하면서 1998년에 입사한 한화자동차부품(주)가 두 차례나 매각됐고 그 여파로 그는 고용 불안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마침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의 기능직 특별 채용 기회가 있어 지원했고, 그 결과 1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게 된다.
“사실 한국철도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기술, 기능을 생계 수단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계를 전공하며 배우고 익힌 기술을 토대로 선로보수에 필요한 장비를 고안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안목이 넓어졌죠. 제 손으로 현장에서의 크고 작은 문제를 개선해 나가면서 성취감도 커졌고요.”
한국철도공사 입사 후 13여 년간 13개의 자격증을 땄고, ‘엔진동력기계 테스트 장치 개발’를 포함해 5건의 특허 등록과 ‘선로 보수용 저상형 유압잭’ 실용실안 취득까지 기능인으로서 맹활약을 펼치기 시작한다.
2003년 행정자치부에서 개최한 전국 공무원 대상 ‘공무원 제안’에서 ‘레일절손위치 확인장치’ 개발로 과학기술 분야 금상 수상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받았고, 연이어 2004년 공무원 제안 장려상 수상, 한국철도공사 사내 제안왕, 한국제안협회 3년 연속 ‘한국제안명인’과 한국신지식인협회에서 주최하는 ‘한국신지식인’에 선정되며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레일절손위치 확인 장치의 경우 특허 등록과 함께 모든 철도현장에 보급돼 열차 안전운행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최근 그가 야심차게 개발한 것은 ‘레일 부식(녹) 제거 장치’이다. 반복적으로 열차를 운행하여 제거하던 선로 부식을 에어 그라인더(Air grinder)에 와이어 브러쉬(Wire brush)를 연결해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모든 성과가 훈련원과 공업고등학교, 산업현장에서 기계와 씨름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라며 겸손해 하는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렇게 귀띔한다.
“다방면에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능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던 그는 공사 입사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학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요즘 학력 인플레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무턱대고 대학에 가기 보다는 먼저 취업하고, 필요에 따라 배움을 이어나간다면 "직업”도 살고 “배움”도 사는 가운데 양자의 상승작용으로 더 큰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몸으로 익힌 자신만의 오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활발한 강의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후배 양성을 통해 더욱 안전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철도의 미래와 기능인의 발전을 그려 본다.
2006년에 도입된 ‘이 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기능인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1명씩 선정 포상하는 제도로, 추천은 연중 수시로 받고 한국산업인력 공단 6개 지역본부 및 18개 지사, 고용부 지방 고용노동관서에 구비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