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사람들은 날렵한 뒤태가 인상적인 쿠페(2도어 차량)를 '이기적인 차'라고 말한다.
뒷문이 없고 뒷좌석이 좁아 동승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오로지 디자인과 드라이빙 퍼포먼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차, 쿠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03년 4도어형 쿠페 'CLS 클래스'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국내 출시한 CLA-클래스는 벤츠의 3번째 쿠페 라인업이다.
날렵한 루프라인에 4개의 차 문으로 CLS 클래스의 전통을 그대로 이었다. 여기에 콤팩트 세그먼트의 장점인 연비 효율성까지 갖춘 모델이다. 제원상 복합 연비는 16.6㎞/ℓ.
지난 26일 저녁 더 뉴 CLA 200 CDI를 느꼈다. 주행거리는 도시고속화도로를 중심으로 68㎞를 달렸다. 쿠페를 몰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퇴근 시간 무렵 도심주행을 한다니 차량에는 다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출구를 제외하고는 예상외로 큰 정체는 없었다.
CLA-클래스의 첫인상은 '잘 빠졌다'는 느낌이다. 날렵한 차량 후면부는 전형적인 쿠페의 모습 그대로다. 차량 앞면을 가만히 뜯어보면 선이 굵은 남성적인 이미지가 엿보인다. 보닛 위로 도톰하게 솟아오른 2줄기의 라인이 근육질 남성의 힘줄을 연상시킨다.
내부에 탑승하자 익히 들어온 쿠페의 '명성'과는 달리 운전석이 생각 외로 넓고 쾌적하다. 전면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풍경도 갑갑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량은 즉각 반응한다. CLA 200 CDI의 엔진은 신형 1.8ℓ 직렬 4기통 디젤. 최고 출력은 136마력이지만, 최대토크는 30.6㎏.m에 달한다. 저속 엔진 회전수 구간대에서 발휘되는 토크는 막히는 길에서도 톡톡 치고 나가는 재미를 준다.
핸들링도 다소 묵직한 듯, 안정적이다. 짧게나마 고속도로에서 100㎞/h 안팎의 고속주행 환경에서도 차체는 안정적이다. 힘은 넉넉한 데 달리질 못해 미안하다. 풍절음도 심하지 않았다.
제논 라이트는 요긴하다. 마주 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신경이 덜 쓰여 야간 주행이 편안하다. 차량 정지 시 시동을 자동으로 꺼주는 에코 스타트/스톱은 다른 벤츠 차량과 마찬가지로 재출발 시 딜레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다만 쿠페 모델이라는 이유로 뒷좌석에 탄 승객은 아무래도 불편함을 호소할지도 모르겠다. 170m 이상 남성이 타기에는 다소 비좁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렁크는 웬만한 세단에 비견될 정도로 넓다. 트렁크 용량은 470ℓ다.
서스펜션이 다소 무른 듯한 느낌인 점은 아쉽다. 공공도로의 올록볼록 요철에 반응하는 게 느껴진
다. 하지만 차량은 금세 안정을 되찾는다. 소형차가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실주행 연비는 7.8ℓ/100㎞. 우리로 치면 12.8㎞/ℓ다. 제원상 도심연비는 14.8㎞/ℓ다.
벤츠가 국내 선보인 세 번째 소형차 CLA-클래스는 출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CLA-클래스의 성공이 A-클래스와 B-클래스는 물론 올 하반기 GLA-클래스의 성공적인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CLA-클래스는 201대(AMG 2대)가 팔렸다. 앞서 선보인 A-클래스와 B-클래스가 출시 첫 달 100대 미만으로 팔린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판매량이다.
벤츠에 중후한 멋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한국 소비자들이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