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26일 전격 합병하면서 과거 IT 기업 간의 합병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IT 기업들은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이 중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아 기업이 성장하는 토대가 된 사례가 있는 반면, 오히려 무리한 인수합병 추진으로 회사의 사운이 기운 경우도 있다.
◇네이버, 한게임 인수로 포털 업계 1위 도약 계기 마련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인수합병이다. 네이버는 1999년 설립됐지만 다음과 야후가 포털사이트 투톱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라이코스, 네띠앙도 네이버보다 앞서 있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뒤에서는 엠파스가 바짝 따라붙고 있어 어려움은 커지고 있었다.
이에 네이버는 한게임 인수로 돌파구를 찾았다. 한게임은 당시 고스톱, 윷놀이 등 친숙한 게임으로 3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는 한게임을 인수하면 게임과 인터넷의 결합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네이버는 한게임 유저를 대거 유입할 수 있었고 한게임 역시 네이버의 결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합병이 이뤄진 2000년 당시 네이버 매출은 88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네이버 매출은 200배가 넘는 2조31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IT 인수 합병 사상 가장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SK커뮤니케이션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2002년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 인수를 시작으로, 2003년 벤처기업이던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싸이월드 인수를 통해 미니홈피 '일촌'과 사이버머니인 '도토리' 열풍을 몰고 오며 성장의 발판에 올라섰다. 2007년까지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와 도토리 등 다양한 기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하며 국민 커뮤니티의 자리에 올랐다.
2005년에는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를 인수해 이러닝 사업을 시작했고, 2006년 전문 블로그 사이트인 '이글루스'를 2007년에는 검색사이트 '엠파스'를 각각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다만 SK컴즈가 인수한 서비스 대부분은 최근 3~4년새 모두 사라졌거나 되팔렸다. 싸이월드 역시 SK컴즈 직원 30여명으로 꾸려진 벤처기업으로 분사됐다.
◇다음, 美 라이코스 인수로 발목 잡혀
인수합병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다음은 지난 2004년 라이코스를 인수하며 야심차게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6년 만에 결국 라이코스를 전부 매각했다.
다음은 2004년 라이코스 인수 직후부터 주가가 급락하는 등 1위 포털 지위가 흔들렸고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모바일 산업에서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이밖에도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경쟁사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네이버는 2006년 6월 토종 검색사이트인 첫눈(1noon.com)을 350억원에 인수했다. 첫눈'은 네이버에 식상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으며 전문검색 사이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를 누르고 구글과 겨룰만한 검색기술"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하지만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자 네이버가 잠재적 라이벌을 사들여 폐기처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네이버는 '첫눈'의 핵심 인력을 흡수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개발 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력풀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기존의 IT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모바일 시대에서 자칫 잘못한 선택을 하면 경쟁에서 밀려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할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