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증시가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속절없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쌍끌이 매수'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까지 매수에 주력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일정한 투자 수익을 올렸기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미련없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달러화가 계속 상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자칫하면 상당 규모의 환차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1일 외국인 매도 공세로 2000선을 내준 데 이어 10일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1950선 밑으로 무너져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1965.25)보다 24.33포인트(1.24%) 내린 1940.92에 장을 마쳤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9월에 이어 이달에도 '팔자' 행진을 지속했다. 1일부터 10일까지 이들이 팔아치운 액수는 1조3037억원에 달했다.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모두 각각 93억8000만 달러와 34억9000만 달러의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신흥시장에서의 순유출 규모는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 및 유로존의 경기 둔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코스피 1900포인트, 지지선 역할 할 듯
코스피 하락은 무엇보다도 달러화 강세 때문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이달 10일에는 1070.5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가 크게 줄어든 데 힘업어 달러 강세는 한 풀 꺾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전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것도 투자 심리를 크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독일의 8월 무역수지는 141억 유로로 전월 대비 5.8%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ECB가 이를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19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보고 있지만 이 또한 장담키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밀린 지수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900포인트를 하락지지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거론돼 왔던 지지선이 다 깨진 상태라 지지선을 논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물은 다소 줄어들 전망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물이 당분간 계속 흘러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매도 공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외국인의 매도 행렬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매도세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원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의사록을 통해 금리인상 우려를 잠재우면서 급격한 달러 강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며 "9월 이후 계속된 매도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일본중앙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다면 엔화 약세 등으로 주가가 지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 올해까지는 지속적으로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용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4~8월 10조원 이상의 주식을 산 데 비해 9~10월 빠져나간 자금이 2조원 미만으로 앞으로 1~2조원 가량 더 빠져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며 "유럽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