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남자농구 국가대표 주장 양동근(34·모비스)이 다시 한 번 선전을 다짐했다.
한국 남자농구가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리고 있는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8일 중동의 복병 카타르에 63-69로 일격을 당해 2승2패로 결선 F조 3위로 처졌다. 중국(4승), 카타르(3승1패)가 위에 있다.
8강에서 이란, 필리핀 등 강호들을 피하려면 조 2위 이내에 드는 게 유리하다. 카타르전 패배가 뼈아픈 이유다.
그러는 중에 주장 양동근이 연일 분전하고 있다. 경기당 18.5점(6위)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평균 6.0어시스트(1위), 3.3스틸(1위)로 공수에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선수들의 기록을 수치로 환산한 효율성 부문에서는 26.5로 전체 1위다. 전성기가 꺾인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러나 양동근은 국내외 어수선한 농구계 분위기 때문에 활짝 웃지 못했다.
대회 우승팀은 리우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2~4위 팀은 올림픽 최종예선을 거쳐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4강에 들지 못하면 사실상 내년 대표팀은 메이저대회 출전 기회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표팀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양동근으로선 이번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대회일지도 모른다.
◇다음은 양동근과의 일문일답
- 최근 경기력이 매우 좋은데.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는 게 주효한 것 같다. 그러나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이기게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 개인보다는 팀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는 부족함이 크다. 좋은 평가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주위의 평가에 반응할 나이는 지난 것 같다."
- 대표팀의 열악한 지원과 환경 때문에 말이 많은데.
"열악하고, 어수선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선수로서 이기러 온 대회다. 그냥 돌아간다는 생각은 없다. 선수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뛰면 된다. 행정적인 부분은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서운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생들이 이런 부분에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만든 것은 나를 포함해 함께 했던 선수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성한다. 은퇴 전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린 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대표팀 생활을 참 오래 했는데. 이번 대표팀의 의미는.
"특별한 대표팀은 없다. 매번 같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표팀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간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대표팀은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후회 없이 하고 싶다."
- 한양대 후배 조성민이 함께 좋은 활약을 펼쳐 눈길을 끄는데.
"(조)성민이는 농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내가 가장 믿는 선수다.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동생이다. 모비스에서 (함)지훈이가 있다면 대표팀에선 성민이가 있다. 나도 많이 의지하는 동생이다."
- 이종현, 문성곤, 최준용, 강상재 등 대학생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모두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러면서 좋은 것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나쁜 것은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 이번 대회 목표는.
"잘 마무리해서 좋은 성적으로 돌아가고 싶다. 무엇보다 아픈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선수단 모두에게 좋은 경험과 기억을 줄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농구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도 죄송해서 못하겠다. 선수로서 더 열심히 뛰겠다. 농구 선수들이 행복할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