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렸지만 여러 악재 속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1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디펜딩챔피언 이란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62-75로 패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렸지만 한계를 절감했다. 4강에 오르지 못해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도 따지 못했다.
이승현(23·오리온)은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의 태극마크를 달고 큰 꿈을 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218㎝ 센터 하메드 하다디(30)와의 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버텼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쿼터 중반 슛을 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발을 밟아 왼 발목이 꺾였다. 이후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서서히 분위기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나온 치명적인 이탈이었다.
남은 순위 결정전도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승현은 2일 "하다디를 더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쳐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의 결장은 큰 손실이다. 이승현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평균 10점 3.6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동안 이승현은 200㎝가 되지 않는 애매한 신장(197㎝) 때문에 예비명단에 오르고도 좀처럼 최종 승선에 실패했다. 작은 신장의 빅맨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많았다.
특히 승선이 유력해 보였던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유재학(52·모비스) 당시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승현의 성실함에 반한 유 감독이었지만 팀 사정상 이승현 대신 슈터를 선발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밖에서 지켜본 이승현은 이를 더 악물었다. 훈련이 없는 외출 기간에도 농구공을 들고 집 근처 체육관을 찾아 3점슛 연습을 했다. 데뷔 시즌을 치르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이승현은 "농구라는 종목에서 당연히 빅맨의 작은 신장은 핸디캡이다. 작기 때문에 빅맨을 수비하기 쉽지 않고, 빠른 포워드를 막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에 신장의 핸디캡을 다른 것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정말 힘들게 들어온 대표팀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욕심내지 않고, 궂은 일만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승현의 경쟁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 2년차라는 신분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고, 영리했다. 리바운드, 스크린 등 기본에 충실했다. 거친 이란 선수들을 유일하게 힘으로 제압했다.
이승현은 '스스로에게 몇 점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다치고, 팀은 4강에도 못 갔다.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리온 팬들과 추일승 감독님, 팀 동료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감독님께서 '다치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하셨는데 다치고 말았다"고 했다.
정확한 부상 정도가 나오지 않았지만 발목이 꺾일 경우, 최소 2~3주 가량 결장하는 게 보통이다. 오리온도 타격을 입었다.
이승현은 "첫 성인 국가대표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라면서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정말 죄송하다. 남은 경기는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