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차우찬 카드'가 적중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차우찬(28)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8회 구원 등판, 1⅔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으며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허용해 팀 승리를 지켰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1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삼성은 주축 투수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해외원정 도박 혐의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선발투수 자리가 1명 비었고 리그 최강 셋업맨과 마무리투수가 동시에 뽑혀나갔다. 고심 끝에 삼성이 내린 결단은 차우찬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을 상황에 따라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는 물론 4차전 선발로도 내세울 수 있다고 예고했다. '차우찬 시리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차전에서 차우찬에게 내려진 역할은 마무리 투수였다.
삼성은 4-8로 끌려가던 7회에 5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1점차 리드를 잡은 8회에 심창민을 올렸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연속 안타를 맞았다.
차우찬은 1사 1, 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현수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양의지마저 범타로 잡아 두산의 추격을 저지했다.
9회 차우찬은 홍성흔과 대타 데이빈슨 로메로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박건우에게 볼넷을 줬지만 고영민을 6구째 삼진으로 잡아 승리를 지켰다. 정규시즌 탈삼진왕 다운 모습이었다.
경기 후 차우찬은 "초반 0-5로 끌려갈 때에는 더그아웃에 숨소리도 안들렸다. 2점차까지 따라 붙었다가 4-8이 됐을 때도 힘들겠다 싶었다. 그런데 상대 불펜이 나와 폭투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팀이 평소 이기는데로 분위기가 흘러갔다"고 말했다.
이날 호투의 비결에 대해서는 "3주간 준비를 잘해 구위가 좋은 상태였다. 등판할 때 코치님이 삼진을 잡으라고 했고 방망이에 공이 안맞게 하려고 높은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중책을 맡게 된 그는 "부담감은 없고 책임감은 있다. 감독님이 너무 많이 말씀하셔서 기대를 져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첫 경기를 잘 끊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그는 4차전 선발로도 나설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3차전까지 삼성이 앞서면 정인욱을, 지고 있으면 차우찬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차우찬은 "제가 4차전에 안나가는 상황이 제일 좋은 방향이다. 나간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