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미군폭격으로 인해 최소 51명의 경북 예천군 산성동 주민들이 집단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제59차 전원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인 '예천 산성동 미군폭격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미군에 의한 피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예천 산성동 미군폭격 사건'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월 19일 미군의 지역폭격 명령에 의해 경상북도 예천군 보문면 산성동 주민 51명이 세 차례에 걸친 제5공군 소속 6147 전술통제비행편대의 모스키토(정찰기)와 전폭기의 폭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187 공수연대가 산성동을 비롯한 예천지역에 대한 폭격을 요청했고, 전술항공통제센터(Tactical Air Control Center : TACC)와 전술항공통제반(TACP)의 폭격지시 및 통제에 따라 이루어졌다.
1951년 1월 18일 10군단 사령부는 '882고지에서 반경 5마일 이내에 있는 적군과 모든 마을을 파괴하기 위해 최대한의 공중 지원을 활용하라'는 명령을 예하부대에 하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천지역에 대한 폭격은 미10군단장이 주장하고 미8군 사령관의 동의를 얻어 미5공군 사령관이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군기의 산성동 폭격은 사건 당일인 1951년 1월 19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산성동 폭격에는 F9F, F4U와 AD 등 총 18대의 전폭기가 동원됐다. 이중 일명 코세르라고 불리는 F4U13대는 네이팜(Nap)으로 산성동을 폭격하였고 AD기 1대는 로켓과 캘리버 50 기관총을 발사했다.
1차 폭격 50분 후에는 총 13대의 전폭기가 동원된 2차 폭격이 있었다. 2차 폭격에는 500파운드의 네이팜탄과 캘리버 50 기관총 등으로 산성동과 예천군 북쪽 산악지대인 고항동, 하리를 공격했다.
2차 폭격 후 15분 뒤인 15시 55분, 미 공군은 산성동을 다시 폭격하였는데 3차 폭격에는 4대의 F80이 캘리버 50 기관총으로 산성동 일대를 공격하고, 폭격 결과를 '성공적'이었고, '많은 화재가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KMAG 사건조사요구서, 미군의 합동조사보고서 등의 문서와 신청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폭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모두 민간인으로 밝혀졌다.
희생자는 모두 경상북도 예천군 산성동 거주민으로 이중 남자가 18명, 여자는 33명이었고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16명(23%)이었다. 낮 시간에 이뤄진 폭격으로 당시 가옥이나 마을에 있던 여성과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
당시 산성동은 인민군의 근거지나 이동경로가 아니었고 실정법인 제4헤이그협약 제25조와 미군교범상의 무방비 마을(undefended village)로 공군규칙안 상의 군사적 목표물도 아니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미 공군이 인민군의 적정이 보고된 산성동 인근 지점의 좌표와 산성동 마을을 동일시했거나,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 등을 충실하게 정찰하지 않은 채 산성동을 폭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인민군의 민간인 위장 침투술로 인해 '흰 옷을 입고 모여 있는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하라'라는 내부 묵인에 따라 흰 옷을 입은 마을주민이 목격된 산성동을 적의 은거지로 간주하고 폭격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산성동 주민들은 미군기 폭격 전에 미군이나 한국군으로부터 어떠한 사전 경고나 소개령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원회 김동춘 상임위원은 "인민군의 은신처를 없애기 위한 미군의 지역폭격작전은 군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전도 아니었으며, 피신의 기회마저 갖지 못한 민간인들의 피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성리 안태기 미군폭격유족회장은 "미군의 폭격으로 조부, 동생 등 가족 10여 명을 잃었다. 억울하게 살아온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됐다"며 "우선 미국의 사과가 있어야 하고,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예천 산성동 미군폭격사건'의 진실이 규명됨에 따라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는 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적극 협상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과 호적 정정을 비롯한 명예회복 조치 를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이번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는 예천지역에서 발생한 미군폭격사건 중 산성동에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한정했다. 진평리 등 다른 예천지역에서 발생한 미군폭격사건에 대한 결과는 추후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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