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국 종합격투기의 자존심 '스턴건' 김동현(34·21승1무3패)이 안방에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김동현은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서울' 도미닉 워터스(미국·9승3패)와의 경기에서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애초부터 전력차가 큰 경기였다. 원래 김동현은 조지 마스비달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스비달은 벤슨 헨더슨의 메인 경기 상대인 티아고 알베스가 훈련 도중 부상으로 빠지며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김동현은 웰터급 랭킹 7위였고, 워터스는 80위권에 머무는 신예급이었다.
김동현은 서울에서 열리는 첫 경기에서 화끈한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팬들을 환호케 했다. 그 동안 승리를 위해 화끈한 '스턴건' 대신 다소 지루한 '매미권'으로 전략을 바꾼 그였지만 한 수 아래 선수를 상대로는 거침이 없었다.
워터스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 저돌적인 자세로 나왔다. 그러나 김동현은 침착히 방어를 하며 기회를 엿봤다. 워터스는 김동현을 철창 근처로 몰며 클린치 상태를 만들었고 김동현도 이에 순순히 응했다.
그러던 김동현은 갑자기 밭다리를 걸어 워터스를 넘어뜨렸다. 그대로 사이드마운트 자세로 들어간 김동현은 워터스의 오른쪽 팔을 다리로 봉쇄했다.
이후 김동현은 왼손으로 워터스의 머리에 위협적인 펀치를 퍼부었다. 버티던 워터스도 결국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였고 심판은 1라운드 종료 2분을 남긴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승리 후 김동현은 상대가 바뀌었는데 문제는 없었냐는 질문에 "UFC에서 상대 선수가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UFC의 잘못도 아니고 열심히 훈련을 하다가 다친 것이다. 팬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종합격투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다음 경기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데미안 마이아(브라질)에게 복수전을 하고 싶다. 꼭 승리해서 내년 이 자리에서 타이틀 매치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 웰터급 타이틀 매치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첫 UFC대회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국계 혼혈 미국인 파이터 벤슨 헨더슨(32·23승5패)는 조지 마스비달(미국·29승10패)을 상대로 2-1 판정승을 거뒀다.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인 그는 지난 2월 첫 웰터급 전향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번에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렸다.
김동현과 3라운드 경기를 펼칠 예정이었던 마스비달은 2주를 남기고 메인 경기 출전자로 승격이 되면서 5라운드를 대비해야 했다. 미디어데이 때부터 밝혔듯이 1라운드부터 승부수를 띄었다.
그러나 헨더슨은 공세를 피하는 대신 맞불작전을 펼쳤다. 마스비달의 미들킥을 버티며 그대로 잽을 안면에 가격해 상대를 다운시켰다. 또 미들킥을 그대로 잡고 반대 케이지까지 밀고 가며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이후 2라운드부터 양 선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키에서 불리한 헨더슨은 우세한 스피드를 이용해 치고 빠지는 작전을 구사했고 호시탐탐 클린치 상태를 만들어 공격 기회를 엿봤다. 마스비달의 수비도 단단했다.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헨더슨에게 역으로 초크를 걸면서 위협하기도 했다.
5라운드에서도 헨더슨은 좀처럼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타격가로 알려진 마스비달이었지만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듯 레슬링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헨더슨은 종료 2분을 남기고 자신이 왜 정상급 파이터인지를 증명했다. 뒷심을 발휘한 그는 우세한 그라운드 싸움을 펼쳤고 2-1 판정승을 거뒀다.
반면 추성훈(40·14승5패)이 1년2개월 만에 복귀전에서 알베르토 미나(33·브라질·11승)에 아쉬운 판정패를 당했다.
2009년 7월 UFC 100에서 앨런 벨처(미국)를 상대로 데뷔전 승리를 거둔 후 추성훈은 4연패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아미르 사돌라(미국)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년2개월 만에 복귀전이었지만 추성훈은 계체량 측정 때부터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탄탄한 몸으로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리치가 짧은 추성훈은 불리한 싸움을 벌이면서도 무리하지 않았다. 1라운드 종료 10초를 남기고 미나의 테이크다운 시도에 당했지만 방어에 성공하며 위기를 넘겼다.
2라운드에서 추성훈은 조금 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거리를 좁혀갔다. 미나를 철창 근처까지 몰아가며 난타전을 유도했다.
그러나 악재가 터졌다. 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미나의 발에 낭심을 맞았다. 고통을 호소했던 추성훈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시 경기에 임했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추성훈은 미나의 펀치 세례에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쏟아지는 파운딩을 버티며 케이지 쪽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계속되는 미나의 공격에 위기가 오는 듯 했지만 때마침 공이 울려 기사회생했다.
3라운드에서 추성훈은 완벽하게 만회를 했다. 미나는 체력이 바닥난 듯 느리고 동작이 큰 펀치와 엘보우로 일관했다. 반면 추성훈은 흔들림없이 차근차근 공격을 성공시켰다.
주짓수에도 능통한 미나는 바닥에 누워 그라운딩 대결을 유도했다. 그러나 공격 전략이라기 보다는 시간을 끌려는 듯 했다. 이에 응하지 않던 추성훈은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마운트 자세를 잡았고 공이 울릴 때까지 파운딩을 쏟아냈다.
그러나 심판진은 미나의 손을 들어줬다. 1, 2라운드에서의 열세를 감안해도 3라운드에서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판정이었다.
한편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24·13승1무1패)는 화끈한 1라운드 TKO승으로 팬들을 환호케 했다.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했던 그는 국내팬들 앞에서 자신의 10번째 KO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부터 화끈한 타격전을 펼치던 최두호는 1분30초만에 엎드린 샘 시칠리아(미국·15승6패)에게 주먹을 퍼부어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최두호는 "UFC와 계약을 한지는 오래됐지만 경기 2번 밖에 못했다. 선수로서 몸관리를 잘 못했다. 내년에는 꼭 페더급 '탑10'에 들고 싶다. 카와지리 타츠야(일본)와 아시아 최고를 두고 싸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