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아네스 자우이 감독이 3년 만에 돌아와 선보이는 작품. 그녀의 두 번째 영화 ‘룩앳미’ 또한 칸 영화 공식 데일리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경쟁진출 작품 중 최고 평점을 받고,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얻었다. 흥행 성적도 좋다. 지난 9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룩앳미’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현재까지 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기적인 아버지와 냉소적인 딸이번 영화도 전작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지적이면서도 쿨한 감성과 신랄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기적 같은 행복을 펼쳐 보이는 솜씨는 그대로다. 특히 ‘타인의 취향’에서 돋보였던 캐릭터의 매력은 ‘룻앳미’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주인공 카사드는 심술, 오만, 독선으로 뭉친 문제적 인간이다. 유명한 작가이자 편집자인 그는 시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30초 만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아무런 부탁이나 할 수 있는 유명인사. 하지만 속사정은 지독히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글보다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온갖 독설로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재수 없는’ 유형이다. 그의 딸 롤리타는 온종일 투덜대며 호의와 친절은 무조건 의심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논쟁 속에 개봉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초반 흥행에 선전하고 있다. 10·26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작 전부터 이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출발한 작품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제작사 MK픽쳐스 심재명 대표가 당연히 애초부터 이 같은 ‘정치적 격돌’을 계산에 넣지 않았겠냐고 말한다.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소재는 피해가던 것이 상책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논란만큼 확실한 흥행 요소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심재명이 박지만 한테 돈 줬다’ ‘박지만에게 영화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농담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 갔다.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싼 이 같은 현상들은 사회적 이슈를 제공하는 것이 영화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일반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다. ‘그때 그 사람들’ 논쟁, 10명 중 6명 “흥행에 도움된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방식으로나 영화가 구설수에 오르면 흥행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영화 포털사이트 운영회사인 디지털랩이 지난 3~5일 전국 네티즌 5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 같은 세간의 인식을 객
도시적 이미지의 화려한 전광판으로 ‘보는’ 시(詩)를 관객의 마음속에 새겨 넣는 작가 제니 홀처의 전시가 화제다. 국제 갤러리에서 이달 1월 23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홀처(54)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 그 한 부분을 홀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시 전체 익명으로 부착되는 포스터제니 홀처는 남성들이 주도하던 이젤 페인팅과 결별하고 새로운 예술 전달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1970년대 여성주의 미술과 공공미술의 선구적 미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홀처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초점을 맞춘 것은 공공장소에 자신의 개념을 뿌리기 위해 텍스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1975년에 로드아일랜드 미술학교에 석사과정으로 입학한 홀처는 그 곳에서 그녀의 작업에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대학에서 페인팅을 전공하며 추상미술을 그렸던 홀처의 관심은 공공 프로젝트에 있었다. 1976년 그녀가 생각해 오던 명확한 표현 방식을 통한 공공 미술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첫 텍스트 작품인 '판에 박힌 문구(Truism)' 시리즈를 제작하고, 이는 종이에 프린트 돼 도시 전체에 익명으로 부착되는 포스터의 형식을 가졌다. 뉴욕 소호
[연극] 씨앗‘씨 없는 수박’ 개발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삶이 연극으로 재조명된다. 극단 에루무와 민중극단이 공동제작한 ‘한일 우정의 해’ 기념 공연. 근대 농촌을 재건하고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야채 종자의 문제를 해결했던 우장춘 박사는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공유하는 인물로 양국이 갖고 있는 역사적 괴리감을 좁히는데 손색없는 주제. 또한 먹거리가 부족했던 전후 고국으로 돌아와 남다른 애정으로 연구에 몰두했던 박사의 업적과 삶을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금의환향’ 등을 연출하고, ‘삼류배우’ ‘살려주세요’ ‘둘이 타는 오발 자전거’ 등을 집필한 김순영 씨가 연출을 맡았다.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 부산 도쿄를 순회공연한다. 3월10~13일/ 서울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02-764-6979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한국결혼지능연구소의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부부의 갈등을 살피고 서로의 애정을 점검할 수 있는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처방’을 토대로 만든 부부관계에 관한 에듀테인먼트(교육과 연극적 재미의 결합). 김준기 정신과 전문의와 소위 아줌마 연극이라고 불렸던
고려 무신정권시대 타락한 관리들에게 항거한 천민의 난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가 연극이라는 문화적 매체로 재조명받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12월 2~4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명학소의 북소리’는 대전시 서구청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도완석 대전연극협회장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당시의 민중봉기의 무대가 대전 서구 지역이라는 학술적 근거가 발견되면서 ‘뿌리 찾기’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 공연이 시민의 뜨거운 성원을 바탕으로 대성공을 이루면서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연극은 비교적 미지의 역사적 소재를 되살렸다는 점과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로배우 대거 출연‘망이 망소이 민중봉기’는 무신정권 출현을 전후해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유랑민이 속출하자 1176년(명종 6) 1월, 천민부락 명학소에 살던 망이 망소이 등이 ‘산행병마사’라는 도당을 모아 일으킨 난이다.그동안 명학소의 위치를 놓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 현재의 서구 탄방동 지역으로 고증됐다. 서구청은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민중봉기가 일어난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
‘러브레터의 유혹’과 ‘사랑의 분신 러브레터’ 로맨스의 절정은 연애편지다. 사랑이란 통제 불가능한 감성의 절정에서 분출되는 언어들은 황홀경의 극치이자 사랑의 낭만을 완성시키는 상징적 도구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러브레터들은 어떨까. 그 자체가 걸작이 아닐까. 이화여자대학교 출판 브랜드 글빛이 ‘사랑의 글모음’ 시리즈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책으로 펴낸 ‘러브레터의 유혹’과 ‘사랑의 분신 러브레터’는 이 같은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D. H. 로렌스부터 헨리 8세까지‘러브레터의 유혹’은 영국의 대문호들이 그들의 연인과 주고받은 사랑의 편지를 모았다. 16세기의 헨리 8세부터 20세기의 D. H. 로렌스까지 연애편지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연도순으로 묶었다. 아울러 헨리 8세나 조지 엘리어트의 구애의 편지, 존 키츠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간절한 사랑 고백의 편지, 정중하게 이별을 고하는 바이런의 편지, 악담을 쏟아놓는 버나드 쇼의 분노의 편지 등 다양한 성격의 러브레터들을 배치함으로써 사랑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감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사랑의 분신, 러브레터’는 미국편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 중
[연극] 유리가면 Episode4 - 두 사람의 왕녀20여년에 걸쳐 연재중인 미우츠 스즈에의 전설적인 동명 만화를 애플씨어터가 연극화한 작품. 연극계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한 소녀의 고통과 경쟁, 영광에 대한 이야기다. 순차적 시간의 흐름이 아닌 네 사람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구성이 특색. 이 같은 구성을 통해 만화의 판타지를 최소화하고 드라마를 살리는 데 무게를 실었다. 붉은 색의 양 옆으로 열리는 전통적 커튼식 막이 중요한 무대장치로 활용되며, 인물의 계절적 느낌을 객석까지 포함하는 극장 전체를 이용해 표현했다.2월6일까지 / 인아 소극장/ 02-741-3934, galaplanner.co.kr [연극]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하륵이야기’ ‘또채비 놀음놀이’ ‘상자 속 한여름 밤의 꿈’ 등으로 아동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대표작. 찾아가는 문화행사 등의 지방순회공연과 2003 파랑새 어린이연극제 공식초청, 2004 싱가포르 예술축제 공식초청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04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최고인기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 한지인 닥종이로 만든 인형과 책 속에서 입
일상과 상처, 치유에 대한 섬세한 감성 영화 ‘여자, 정혜’ 개봉 전에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는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들에 대한 편견은 보통 두 가지로 압축되는데 하나는 작품성이 높을 것, 또 다른 하나는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면서 영화제의 이슈로 떠올랐던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도 ‘영화제 영화’로 단순 해석되는 ‘실수’를 범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넷팩(NETPAC,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거머쥐는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는 데뷔작에서 보기 드문 성취를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보기의 즐거움 또한 만만치 않게 갖췄다. 보통 사람의 특별한 영혼우편 취급소 여직원 정혜. 직장에서 멀지 않은 그녀의 작은 집엔 TV 홈쇼핑으로 사들인 물건들, 아파트 화단에서 주워온 어린 고양이가 그녀를 기다린다. 조용한 일요일 오후. 고양이와 발장난하며 베란다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는 시간이 정혜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정혜에게 어린시절이란 한 손엔 연필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권위자에게 조정당하고 얄팍한 이미지에 끌려 다니며 비합리적인 감정으로 광기에 휩싸이곤 하는 대중의 우둔함, 혹은 집단적 사고의 위험은 지식인들에게 종종 우려의 대상이 되곤 했다. 유머작가 H. L. 멘켄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은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대중에 대한 이 같은 편견은 틀렸다고 말한다. 답은 집단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제임스 서로위키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15,000원 ‘평범한 다수가 탁월한 소수보다 현명하다.’ 치열한 인재전쟁을 치르는 기업에서 이 말은 아주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실험을 주목해보자. 현명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무작위로 섞여 있는 두 집단 중 어느 집단이 통계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놓을까? 결과는 현명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보다 그렇지 않은 집단이 좋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전문성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최고 엘리트들의 집합소 NASA의 치명적 의사결정 실패로 우주에서 콜롬비아 호를 폭발시킨 사례나 9·11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던 CIA와는 대조적으로 ‘집단지성’은 탁월한 지혜를 보여
[연극] 세상을 편력하는 두기사 이야기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이 선정한 두번째 기획공연.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 사람인 베쓰야쿠 미노루의 1987년 작품으로 ‘바다와 양산’의 연출가 송선호와 전무송, 이호재, 정동환, 오길주, 정규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새로운 돈키호테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기존의 ‘돈키호테’에 대한 신념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기사들은 너무나 멀쩡하게 제정신이고, 정의로움은 개념조차 사라졌다. 인생의 거의 막바지에 도달한 노인들인데도 식욕과 성욕은 왕성하다. 과학도 종교도 더 이상 인간에게 이로울 게 없는 세상이다. 서구 문명과 정신세계를 비웃으면서도 연민의 시각을 던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3월24일~4월10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02-765-5476 [무용] 바람벽박재희·새암 무용단 20주년 기념공연. 공동체의 금기를 깬 꿈 많은 한 사내가 추방되고, 그를 따르는 각시를 마을 지킴이들의 진노를 달래기 위해 제물로 내어주며, 그 희생된 각시의 몸이 사라지면서 이윽고 바람벽은 무너지고 새 세상을 본다는 내용의 무용극. 홍원기 가 연출을, 이동준이 음악, 황연희 의상, 오세금 분장. 이태섭 무대미술,
낭만적 평화주의자 한스와 신혼생활을 시작한 리네. 행복도 잠시, 곧 전쟁이 터지고 나치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스는 제일 먼저 징집돼 서부전선으로 끌려간다. 홀로 남은 리네는 옆집에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산고 끝에 딸 안나를 낳고 피난길에 오른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군인에게 강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리네는 남편이 돌아오면 좋아지리라는 희망 하나로 고된 삶을 견뎌낸다. 하지만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달라져버린 남편은 전쟁만 끝나면 모든 것이 회복될 거라고 믿어온 그녀의 기대를 짓밟는다. 자기 고백적 시각, 냉철한 역사적 인식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영화계는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문화적 혼란을 겪으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1962년 젊은 감독 26인이 오버하우젠에 모여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하며 독일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함께 뉴웨이브 운동의 세계화를 이끈 대표적인 영화 운동 뉴 저먼 시네마다. 전후 독일 사회의 정체성 문제와 현대화 과정에서의 물질만능주의, 비인간화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지만 그들에게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
‘복수의 천사’처럼 권력가들을 비판해온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30여년동안 우리시대에 있었던 대규모 전쟁들을 모두 취재하며 숱한 전설적 일화를 남긴 그녀는 20세기 반권력 아이콘으로 찬사 받아왔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나, 중국의 덩샤오핑, 아르헨티나 갈티에리 대통령, 파키스탄 부토 대통령, 인도 간디 총리 등 그녀가 인터뷰한 권력자는 셀 수 없이 많아 그녀가 인터뷰 하지 않은 인물은 세계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에게 대담한 독설적 질문을 퍼붓는 그녀의 독특한 인터뷰 방식은 ‘팔라치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녀가 말년의 침묵을 깨고 9·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권에게로 날카로운 예봉을 돌렸다. 제 2의 종교전쟁 터진다언론과 사회에 환멸을 느껴 절필해왔던 그녀를 자극시킨 것은 9·11테러였다. 그녀는 9·11테러 사건 직후 이탈리아 신문에 글을 기고했고 ‘나의 분노 나의 자긍심’은 이 글들에 미국과 관련된 부분을 첨가한 책이다. 팔라치는 이 책에서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국가 무슬림들의 반미 성향과 서방 세계에 대한 테러 움직임을 ‘역십자군 원정’으
공익성 상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 부족 등 고질적 병폐 여전 봄 편성을 앞둔 방송가가 벌써부터 편성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말 결산 결과 수익률에 따른 편성이 잇따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 프로그램은 없애고 돈 되는 프로그램은 활성화시키는 분위기를 감지, 제작 관련 부서와 시청자,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형태다. KBS2 ‘겨울연가’ 재방송에 따른 ‘토요명화’ 폐지나 MBC 단막극 ‘베스트극장’의 시간대 조정, ‘영웅시대’ 조기종영 등이 편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켰다. 주말주시청시간대 오락지향성 뚜렷편성에 대한 잡음은 해마다 치르는 연중행사나 다름없다. 그만큼 시청률을 지나친 잣대로 삼고 있는 방송편성의 편협성이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성 없는 방송을 공익성의 맹목만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지만, 적어도 편성의 비율은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견해다. 최근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3사 프로그램 편성분석을 실시한 결과 현재의 방송편성이 수익률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KBS2나 SBS는 오락프로그램의 비율이 50%대에 이르렀는데, 이 나마도 현행 방송법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