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 노동자들이 반대해왔고, 시민단체에서도 말이 많았던 의료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해 11월 전체 회의에 상정하여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2차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의료법 전면개정안 등 총 40건의 법안을 심의했다.
정부는 각 의료단체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사안 위주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외국인환자유치 허용, 의료기관 종별구분 개선, 거동불편환자의 처방전 대리수령 인정, 의료인 폭행 금지 등의 조항 통과를 추진했다.
하지만, 해외환자 유치는 대형병원과 일부 전문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능한 의료진들은 보수가 많은 해외환자 유치병원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5일 대한병원협회는 이미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 5천만명을 국내병원에 유치하겠다는 ‘5천만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인수위에 제출했다. 이 프로젝트를 보면 미국환자 유치뿐만 아니라 유치에 따른 진료비 감면, 운송수단으로 미국 군함을 이용하는 방안까지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정부는 종합병원의 병상기준을 100병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필수과목 이외의 진료과목에 대해 비전속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하여 병원들은 병상기준을 맞추기 위해 병상 구조조정뿐 아니라 병원 근무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의료법에는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편의 증진이라는 이름으로 거동불편 환자의 처방전 대리수령을 인정하고 있어 처방전 남발이 우려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진료과목은 없애고 수익성 위주의 진료과만을 배치하여, 지역병원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이용 양극화가 심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 한 관계자는 “진료로 인한 의료사고는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의사가 병원에 속해있지 않음으로 해서, 협진이 약화되고 전체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병원 입장에서 전속진료보다 비전속진료가 이익창출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정 진료의사에 대한 계약형태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법 전면개정을 놓고 개원가와 병원계, 시민단체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말 국회는 자국민의 건강을 외면하면서 해외 환자를 유치하여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미국식 돈벌이 위주의 의료시장화를 만드는 정책”이라면서 “특정 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국민건강권 입장에서 의료법을 다룰 것”을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사회보험지부와 의료연대회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미국식 의료체계의 위험성을 알려내고 건강보험과 의료 공공성을 지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서 “이번 의료법 개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18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오는 2월 26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 보건의료노조 간부와 전문가를 초청하여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제도 및 병원노동자의 노동조건 비교’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