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파워! - 여권신장
일조한 미디 프로
성평등 이끄는 미디어의 힘
여권 신장 일조한 프로그램 다수, 갈 길은 멀어
미디어는 그 동안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거나, 여성의 상업화와 대상화를 부추겨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때때로 미디어는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권신장에
앞장서기도 했다. 현재의 ‘여성파워’가 있기까지 미디어의 긍정적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고정 프로그램은 2001년 3월까지 방영됐던 EBS의 ‘삼색 토크-여자’가 단연 돋보인다. 일상생활에서 찾아내는 페미니즘으로 일반인의 편견을
없애는데 도움 됐다는 평을 얻으며 극성 마니아를 양산했다.
‘삼색 토크-여자’가 대중적 접근이 특징이었다면, EBS의 ‘21세기 여성특강’은 여성상의 비젼을 제시하는 전문적인 여성 프로그램이다.
여성의 세계관과 사회활동 등 다양한 문제를 강의 형식으로 고찰해왔다.
최근에는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이 시민단체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관계자는 “주부 대상의 아침 프로그램들이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늘어놓던 것에 비해 시사와이드 형식은 무척 진보적이고 획기적이다”며 “특히 호주제나 보육 등 여성문제에 대한 기획들은
여권신장에 일조한 좋은 예다”고 호평했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 일깨워
성차별의 실태와 심각성을 일깨우는데 앞장선 방송으로 시사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방영된 SBS ‘뉴스추적’의 ‘팔려오는 여성들’은
동두천의 한 미군 전용업소에 감금된 필리핀 여성들을 통해, 국제인신매매조직의 실체와 외국여성의 인권문제를 고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01년 호주제 폐지 문제를 다룬 ‘가족의 조건, 감추고 싶은 성’을 방영해 호주제의 폐해와 개선의 필요성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호주제 문제는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어졌으며,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5월 2부작으로 방영된 MBC 기획 드라마 ‘난
왜 아빠랑 성이 달라?’는 재혼 가정의 새 아버지와 성이 다른 자녀의 갈등과 고뇌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알려 여성부가 주최하는
‘남녀평등방송상’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작년에 제작된 ‘창사특집 여성시대’는 매매춘 여성의 인권문제를 직접 조명해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좋은방송에
선정됐고, KBS가 2부작 기획특집으로 마련한 ‘남과여 아름다운 공존’은 세계 각국의 성평등 현주소를 소개하고 대안을 모색해 1999년
방송위원회 프로그램 기획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iTV와 KBS에서 여성 특집프로그램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왜곡과 편견 아직 심해
미디어는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오늘날 ‘여성파워’의 버팀목이 돼 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성을 눈요기로 제시하는 오락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드라마에서는 여성을 왜곡하면서 특집 프로그램에서나 간혹 여성문제를 고민하는 수준이어서 아쉽다.
여성 앵커가 단독 진행하는 뉴스도 편성되는 등 방송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도 높아진 것 같지만 그 정도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진아
MBC 편성국 전문연구위원이 작년 10월4일부터 10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 뉴스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앵커 멘트의 횟수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여성 앵커의 멘트 횟수가 남성 앵커의 멘트 횟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앵커의 자질 및 조건을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남성 앵커에
대해서는 ‘언론인으로서의 경력’ ‘전문성’ 등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반면 여성 앵커에 대해서는 ‘좋은 목소리’나 ‘외모’ 등을 강조한 응답이
많았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먼 것이다.
정지혜 기자 SISANEWS@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