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매장 추정지에서 유골을 발굴하지 못해 암매장지가 아닐 가능성이 커 이틀만에 작업을 중단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에 의해 순천시가 진압되면서 희생당한 민간인 27명이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순천시 매곡동 매산등 1차 발굴지에서 지난달 29일 개토제를 시작으로 유해 발굴에 나섰지만, 유해를 찾지 못한 채 작업이 중단됐다.
발굴단은 지난달 30일부터 매곡동 매산등 경로당 위쪽에서 유해 발굴에 들어갔지만 유해가 나오지 않자 지난 1일 발굴을 중단한 뒤 새로운 증언에 따라 남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발굴했지만 결국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발굴단은 "현 부지 인근에 암매장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새로운 증언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여 2차 발굴을 했으나 매곡동 부지가 지금까지 전혀 토지를 건드리지 않은 땅으로 판명돼고 유골이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유해 발굴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매곡동 유해 발굴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해 매장 추정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지난 60년간 지형 변화가 심한 것을 감안하지 않고 발굴했다는 설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전남 동부지역 수십 군데에 흩어진 여순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 가운데 순천 매곡동 한 군데 만을 발굴지로 선정하는 바람에 유해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에 대한 추가 발굴을 염두에 두지 않는 등 위험 부담이 그만큼 컸다"면서 "좀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와 자료 수집·증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해 발굴 작업에 들어갔어야 되는데 증언자의 말만 믿고 추진했던 유해 발굴이 위치 파악조차 제대로 안됐다"고 설명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주철희 소장은 "매곡동은 20여 구의 유해 가운데 한두 구 정도만 발굴돼도 성공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애초부터 나올 정도로 발굴 가능성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경찰 증언으로만 125명이 숨졌다는 여수 만성리 형제 묘가 발굴지로 지정돼야 한다"며 "지형 변화가 많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형제 묘는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발굴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위는 유해 발굴조사단·시민단체·유족대표 등이 참석하여 대책 회의를 갖고 추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는 남은 예산으로 새로운 발굴지를 추가 선정하거나 제3의 증언자를 확보하는 등 보다 면밀하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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