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피의자 윤성여씨가 현장검증에서 담장을 한 번에 넘길래 형사들이 '팔 힘이 좋다'고 말했다."
"담을 넘었는지는 모르겠고, 담을 짚고 올라가는 것까지만 봤다. 30년 넘은 일이라 다리를 올렸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7일 오후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5차 공판.
당시 사건 담당 형사 장모씨는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줄곧 "담장을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하다가 신문이 끝날 무렵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며 재심청구인 윤성여(53)씨에게 사과했다.
과거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윤씨를 검거한 공으로 5명의 경찰관이 특별승진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와 또 다른 형사 이모씨도 특별승진한 경찰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집 담장을 한 번에 넘었다는 기록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장씨는 "현장 검증에서 윤씨가 혼자 담장을 넘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넘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사들이 '윤씨가 생각보다 팔힘이 좋다', '못 넘을 줄 알았는데 넘었다'라고도 말했다"고 기억했다.
변호인 측이 "다른 형사들은 담 넘는 시늉만 했다고 증언했는데, 윤씨가 실제로 담을 넘었나?"라고 묻자 "담 넘은 것으로 안다. 당시에 현장에 기자도 있고, 검사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윤씨는 이날 재판에서 "당시 담을 넘는 시늉만 했다. 양쪽에서 형사들이 부축했다"고 말했다.
윤씨 변호인 측이 "사진에도 윤씨가 담을 짚고 있는 장면만 있다. 팔 힘으로 올라가더라도 다리를 담장 위로 올릴 수 없다"고 다그치자 장씨는 "30년이 넘어서 다리를 올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을 번목하며 윤씨를 향해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처럼 엇갈린 진술에 변호인 측은 사건 현장검증 당시 촬영 영상이 경찰에 남아있는지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22일 수사기관 관계자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윤씨는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 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