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이 고장 나면, 여행자는 모두 죽는다
교단갈등을 주제로 한 학생 온라인 대담
조상신(돌마고등학교 3학년), 허범중(경성고등학교 2학년), 정주영(부산 구덕고등학교 3학년), 박엄지(잠신고등학교 1학년) |
이 페이지는 전교조, 교장협의회, 교총 등 교단 갈등 대립 구도에 끼인 학생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전국중고등학생 연합에 가입한 학생과 비가입한 학생으로 구성하였고, 편의상 ‘메신저’를 사용하였다. 한밤의 대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서교장 자살사건으로 붉어진 교단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범중 사유서를 숨기고 방치한 교육청 탓이 크다고 봅니다
주영 이번 사건에 대한 큰 관심은 없지만, 교사들간의 분쟁에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엄지 단지 피해자, 가해자만을 구분 짓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죠. 좁은 시각차이 때문이지 교장, 학생, 학부모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고, 변화될 것은 우리 중심에 있지 한곳에 치우쳐 있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신 (흐뭇) 교육의 모순이 모든 것의 공범이라는 점을 전제로 깔아두고 싶습니다. 지금 교단 갈등은 오히려 서승목 교장선생님의 자살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드는 격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기보다는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NEIS로 피해 본 학생을 알고 있는가?
범중 아니요. 하지만, 우리 스스로 피해보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상신 피해를 입은 학생은 많아도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엄지 알 수 없지만, 내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어째서죠?
엄지 네이스의 문제점은 “정보 유출, 보안” 의 문제에 앞서서 “과다한 입력” 이라는 것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원치 않게도 제 자료를 강제적으로 공개한 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죠.
# 전교조는 NEIS를 CS로 환원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연가 등 강경투쟁 방침을
공언했어요. 이럴 경우 학생들 피해가 예상되는데…
상신 시민 전체가 대응해서, 잠깐의 손해를 보더라도 강경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인거죠.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못 받을 수 있지만, 결국 그
학생들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지 난 무슨일이 있어도 . ㅋ 수업 방해 받는 건 질색이야 .ㅋ. 어쨌든, 네이스가 옆 구멍 뻥뻥 뚫린 위태로운 고무 보트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일테고, 교사분들이 들고 일어나 주신 것에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교조 선생님들이 초강경책을 세워 승리할지라도 (‘승리’라는
어감이 참 씁쓸하지만) 아니면, 실패할지라도 100% 학생동의와 찬성지지가 없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범중 전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투쟁에 대해 이해 시킨 후 학생의 인권을 지키면서 투쟁했으면 좋겠어요. 당사자는 당연히 학생이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찬성.
# 전교조 or 교총 주장의 단점은?
엄지 전교조 쪽은 너무 극단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면이 심화되고 있고 급진적이다 보니 여유가 없어 트러블이 많은 것 같아요.
상신 우리학교에도 전교조는 많지만, 그렇게 급진적 태도로 교육을 하는 건 많이 못 본거 같아요. 다만, 반전평화 수업에 대해서 교총이 걸고
넘어지는게 웃길 뿐이죠
범중 우리 학교는 전교조 분들이 아예 없어요.ㅜㅜ (왜 없을까?)
# 선생님들의 갈등을 보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범중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어서 갈등을 청산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상신 음.. 처음 교장선생님 자살부터 지금까지 질문 들으면서 전교조 입장을 옹호하는 쪽에 서 있었는데, 내 눈에 밟히든 안 밟히든 전교조
역시 조직이고 한계나 폐단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익다툼이 아니라 어떤 단체든 참교육을 위해서 활동하길 바랍니다. 지금의 분쟁 역시
마찬가지고요.
엄지 ‘나침반이 고장나면, 여행자는 모두 죽는다’라는 점을 선생님들께 상기 시켜 드리고 싶어요.. (난 어느 편도 아님)
다음날 수업을 걱정하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대화에 참여해 준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은 현 ‘교단갈등’ 당사자인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 주시길 선생님들께 바라고 있다. 또한, 교육정책과 관련, 학생 의견이 반영되길 희망하고 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