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에 서둘러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도 예산의 72.4%를 상반기에 쏟아 붓기로 했다.
정부지출이 연초부터 마중물 역할을 해 경기 회복 흐름을 확실히 잡겠다는 계획인데,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못할 경우 연말에 가서 '재정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8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1년도 예산배정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세출예산 459조9000억원(일반+특별 회계) 가운데 72.4%인 333조1000억원이 상반기에 풀릴 예정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소진하는 건 그 해 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부가 매번 해온 조치다. 특히 상반기 조기 배정률이 70%를 넘어선 건 작년(70.4%)부터다. 올해는 71.4%였고 내년까지 조기 배정 비율은 3년 연속 70%를 넘기는 것이다.
연초부터 재정이 주도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부문이 뒤따라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산 사업들의 집행을 서두르면 지출 효과도 그만큼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도 예산 가운데서도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등 분야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기가 부진하면서 민간 대신 정부지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경향은 보다 뚜렷해졌다. 코로나19라는 특이 요인이 있었던 올해 대신 작년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부 지출의 성장기여도가 1.5%포인트나 돼 전체 성장률 2.0%의 대부분을 메웠다.
당시 정부소비가 전년대비 6.5% 증가해 지난 2009년(6.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반면,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과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민간 부문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정부의 '돈 당겨쓰기'가 효과를 보려면 민간 부문의 투자나 소비가 확실히 살아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그 회복 강도는 불확실하다는 게 대다수 국내외 주요기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보편적인 보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경제 외적 변수가 언제든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용 악화, 가계 소득 감소 등 올 한 해 누적된 경제적 여건 악화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코로나19 통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재정도 투입 규모에 비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감염병이라는 상황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둘러 재정 지출을 하더라도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하반기에 가서 재정여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추경을 편성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