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정부가 오는 설 연휴를 앞두고 농축산물에 한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선물가액 상향을 검토한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안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달 정부가 내놓을 설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발표될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귀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농축산물 소비 진작 등의 효과를 보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설 선물 사전예약에 돌입한 만큼 만약 가액을 조정한다면 빠르게 시행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선물세트 구성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최소 연휴 한 달 전까진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설 연휴를 이용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연휴 기간 귀성이나 여행 등 이동이 제약되는 상황인 탓이다. 작년 추석만 해도 전년 대비 이동인구가 19%, 철도 이용객은 57%, 고속버스 이용객은 55% 감소하는 등 이동량이 대폭 줄었는데 이번 설에도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
정부로선 소비 특수가 발생하는 설 연휴 '대목'만 바라보고 있는 농가의 피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외식·급식업계 소비 감소로 농산물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작년 11월까지 외식업계 매출액은 10조3000억원, 국산 농산물 등 식재료 소비는 2조9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주요 농산품의 설 소비 비중을 보면 한우 8%, 사과 11%, 인삼 14%, 배 24% 등으로 상당한 수준인 만큼 이번 설 연휴 기간 선물 가액 상향 조치를 통해 작년 한 해 줄어든 농가 소득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명절용으로 생산되는 고가의 가공·전통식품의 소비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농축산물 선물에 한해 가액 조정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전후해 이뤄진 바 있다. 9월10일부터 10월4일까지 약 한 달간 선물 가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 이 조치로 상당한 농축산물 소비 진작 효과를 거뒀다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가 당시 추석 전 30일간(9월5일~10월4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8개 주요 유통업체의 농축산물 선물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2019년 추석 대비 7%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10.5%), 가공식품(7.5%), 과일(6.6%), 수산물(4.7%)은 물론 가공식품(7.5%)도 매출 증가가 이뤄졌다.
특히 가액 상향 범위인 10만~20만원대 선물 매출이 10.3% 늘어났다. 20만원을 초과하는 고가 선물도 20%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농식품 매출액도 전년 대비 116%나 뛴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단체에서도 꾸준히 가액 상향을 요청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앞서 시행령 개정 건의문을 통해 "올 한 해 코로나19 발생을 비롯해 이상저온,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 연이은 태풍으로 농업 생산성이 현저히 낮아진 데다 농축산물 소비마저 위축돼 이중고를 겪었다"며 "농촌 현장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