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김운용 위원이 유치 방해했다” vs “유치위 주장은 터무니 없다”
7월 9일 국회 평창유치지원특위 전체회의에서 공로명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김운용 위원님께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서
왜 그렇게 주장하는 김용학 의원을 그냥 두시는 겁니까?”
함승희 의원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김용학 의원과 함께 그도 국회 유치특위 위원으로서 활동한 인물. 그는 김용학 의원처럼 전면에서 ‘방해설’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 언행의 부적절함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그의 말에는 ‘당신이 떳떳하지 않으니 대응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속뜻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프라하를 다녀 온 2010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공로명 위원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이연택 위원장,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김진선 강원도지사
등 정부측 인사들과 김학원, 김용학, 함승희 의원 등 국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 위원들 모두가 김운용 위원의 ‘소극적 처신’ 내지는
‘적극적 방해’를 주장하는데, 당사자인 김 위원 자신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사람의 진실을 일곱 사람이 덮고 무고하는 것일까?
과연 마녀사냥일까?
유치 관련 단체들, 김 위원 성토
7월9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 전체회의에서 공로명 위원장은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로 IOC 부위원장 및 집행위원 선거와 관련된
이해관계를 들었다. 공 위원장은 “평창은 사실상 ‘2014년을 준비하고 신청했다’는 소문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졌다”면서 “모든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힘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누가, 왜 2014년 설을 흘리고 다녔을까? 공교롭게도 이 말들은 김운용 위원과 직·간접적으로 끈이 닿아 있었다.
공 위원장은 김 위원이 “‘어디 한 번에 되나? 재수 삼수해야 되는 거지’라는 소리를 여러 차례 언급해 유치위의 예봉을 꺾었다”면서 “그러한
얘기 때문에 프라하에는 평창이 2014년을 노리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7월8일 보도에 따르면 김운용 위원은 올 초부터 IOC 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출마계획을 밝히고 지지를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올해 초 그런 내용의 편지를 김 위원이 발송한 적이 있으며, IOC 총회장에서도 김 위원의 출마가 주지의 사실이었다는 것을 레바논의
토니 호우리 IOC 위원과의 전화인터뷰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같은 신문은 또 김 위원이 프라하에서 평창을 지지한다는 말 대신 자신이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고 이 IOC 위원의 입을 빌어 밝혔다.
프라하에서 김 위원장이 평창을 찍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 위원장에 따르면 한 IOC 위원이 최만립 부위원장에게 ‘참 안 됐다.
닥터 킴이 평창을 찍지 말라며 IOC 위원들을 접촉하고 다니더라’고 말했다는 것.
함승희 의원도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반국가적 행위”라고 김 위원을 힐난했다. 함 의원은 또 “7월1일 총회 개막식이 끝난 후에도 김
위원이 보이지 않았다”며 “IOC 위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자리인데 그랬다는 것은 소극적 활동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가 7월 1일 체코 프라하 르네상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치위 김운용 갈등설 사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김 위원이 프라하에 간 유치위 문동호 위원에게 ‘평창이 되지도 않을텐데 뭐 하러 왔냐?’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김
도지사는 이를 직접 문동호 위원에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운용 위원의 아들 정훈 씨가 대주주로 있다고 알려진 스포츠 인턴 지(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회장에는 6월28일자 이 신문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됐는데, 평창에 대단히 부정적인 기사였다.
구체적으로는 평창은 절대로 불가능하고, 평창유치위원들이 김운용 위원에게 사퇴를 종용해 IOC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으며 김 의원의 출마는
기정 사실이라는 내용이었다.
김용학 의원은 김운용 위원을 부위원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스포츠 인턴이 평창을 악의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애초에 김
위원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해 12월 평창유치위는 이 신문 100부를 2만 달러에 1년 동안 구독하기로 결정했다. 공로명 위원장은 “김 위원이 ‘내 아들이 대주주로
있으니 구독해 달라’고 부탁해왔다”면서 “그게 이제는 악연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구독 이유에 대해서는 “김 위원에게 환심을 사고,
유치를 위해 이 신문을 이용할 셈이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그는 “김 위원이 권유를 안 했다면 100부까지 대량 구독은 안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프라하에 가기 전부터 유치위와 김운용 위원이 갈등관계에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공 위원장은 김 위원을
도통 만날 수가 없어 겨우 이 신문을 보고서야 김 위원장의 동태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 “터무니 없는 주장”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운용 위원은 유치위와 해당 의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나야 18년 동안 IOC에서 일을 해 생리를 잘 알지만 다들 IOC를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표”라면서 “평창은 뒤늦은 후발주자로 이 만큼 온 것인데 국민들의 기대감이 너무 커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셉션 등에서 안 보인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인사들을 데리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포츠 인턴 지(紙)와 관련해서는 자신의 아들이 전혀 연루되어 있지 않으며, 100여 명의 IOC 위원들에게 평창 홍보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구독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신문은 구독 후 단 한 부도 국외로 재발송 된 적이 없었다.
부위원장 출마 포기 선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IOC 내부에서 부위원장 재추대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위원장을
사퇴하라, 마라 압력을 넣을 경우 평창에 손해라고 생각해 코멘트를 마지막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모함하는 IOC 위원들을 IOC 윤리위원회에 회부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운용 위원은 “국민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아느냐?”는
함승희 의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뒤 “확인 안 된 이야기들 때문에 나도 상처를 받았다”고 답했다.
누가 거짓말들을 하고 있는지,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 밝힐 길은 현재로선 없다.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 ‘김 위원이 평창을
찍지 말라고 했다’는 IOC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있지만,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명단을 공개해선 않되기
때문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