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무주택 실수요자 내 집 마련 부담 완화“ 발언 따라
LTV·DTI 완화 검토…시장에선 '늦었다' 주장도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까지 겹치며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국정 운영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들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인데,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 상향 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남은 임기가 1년뿐인 상황에서 종전의 기조를 크게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실소유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격이 뛰었다. 서울을 죄자 수도권으로, 지방까지 돌아가며 상승세가 지속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완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정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포인트(p)씩 더 높이는 등의 규제 완화책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맞는 방향이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대출을 풀어주면 대출 부담만 가중되는 꼴이란 지적이다. 또 신규 수요가 생기면서 서민들이 접근할 만한 주택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패착이었다"며 "완화 후 수요가 몰리면서 서민주택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다시 대출을 막는 등 규제해서는 안 된다. 너무 올랐다 싶으면 저절로 수요가 줄어들게 가격 기준으로 시장이 작동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 상향 조정도 언급되고 있다.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종부세는 흔히 상위 1~2% 주택에만 부과되던 '부자세금'이지만 급격하게 오른 집값에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이 폭증하면서 나온 논의다. '2021년 공동주택 가격 공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비율은 전국 3.7%, 서울 16.0%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종부세 완화 논의를 선거용 전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국민 불신의 대상이 된 LH를 개혁하는 데 대해 국토부 내부(인물)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찾으면서 능력을 갖춘 분이 누가 있을까 고심하다 지금의 후보자를 발탁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