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1대가 1개 사단 연간 운영비
무기 자급자족 위해 연구개발비 확충 시급
내년 국방예산이 예정했던 만큼 증액되기
힘들어지고 전력증강을 위한 무기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비싼 남의 물건을 수입해
쓰면서 아쉬운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연구개발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무기의 국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립 생산 공장 수준인 방위산업
한국의 방위산업체의 현 주소는 핵심
무기체계의 경우 독자적인 설계나 개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거의 해외의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군용 항공 산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1980년대의 F-5제공호로 출발해 1990년대의 UH-60헬기, KF-16면허생산 단계를 거쳐
2000년에는 KT-1 개발 및 양산과 T-50고등훈련기 개발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항공관련 부품 산업은 여태까지 업체별로 원제작사에
대한 하청 형태로 운영을 해왔다가 체계적인 UH-60이라든가 KF-16 개발사업을 계기로 본격화돼 항공기 기체, 기관부품, 유압 등을 중심으로
생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해서 KT-1과 T-50에 대해 연구개발의 기술이 적용됐다.
항공산업의 경우는 우리가 내세울 만큼 투자가 된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핵심부품의 기술력이 부족하고 특히 소재산업은 매우 취약하다. 업체들이
경제성을 이유로 연구개발에 뛰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장영수 전 군수사령관은 “항공분야 방위산업체 사장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당장 투자해서 이득이 남아야 하는데 사업의 특성상 꾸준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장을 떠나는 형편이었다”고 방위산업체의 현실을 꼬집어 말했다.
장 사령관이 재임 당시 기술력 보유 업체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겨우 50개 업체만이 기술력을 일부라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들 업체의
연매출은 10억 이하가 평균 62%였고, 방위산업만 전업으로 하는 곳은 겨우 10%에 불과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었다.
배찬호 제독은 “정부가 산업체를 관리·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기술력도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 제독은 A 라는 장비를 예로 들었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장비는 함정에 장착되는 사격통제장비로 연평해전에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됐다. 순수 국내 기술로 1986년에 생산된 장비인데, 양산 후 연구원들을 계속적으로 활용하지 못 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 그 장비 기술을 활용하려 해도 인력들이 없다보니 외국에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도입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방부가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방부는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든다. 사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는
6억6,000만 달러(국방비의 4.5%)로 미국의 393억 달러(13%), 영국의 40억 달러(12%), 프랑스의 31억 달러(13%)에는
훨씬 못 미친다. 1개 사단의 1년 운영비와 맞먹는 F-15K나 17개 사단의 1년 운영비에 해당하는7,000t급 구축함을 사오기 위해
언제까지 눈칫밥을 먹을 것인가.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하지 할 시점이다. 방위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무기의 자급자족화, 이게 자주국방에 더 가깝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