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자주국방론, 무엇을 위한 ‘자주국방’인가?
국방비 증액은 곧 MD체제 편입 의미
광복 58주년을 기념하는 경축식 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자주국방
계획’에 대한 사회단체와 학계의 반대여론이 뜨겁다.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계획에 대해 이들 단체들은 “국방비 증액에 대한 명분 쌓기며,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종속적인 군사관계를 더욱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노 대통령이 밝힌 자주국방
계획은 미국의 안보전략에 발맞춰 그들의 요구에 따라 한미 동맹강화와 국방비 증액이 목표”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씨 盧 ‘자주국방론’ 정면 비판
지난 8월16일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계획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주장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씨는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비전은 박정희 정권과 반대로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오히려 종속적인 한미동맹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제공격 전략까지 포함시킨 부시 행정부의 안보전략의 요체 가운데 하나는 동맹관계의
강화에 있다”고 밝히고, “특히 중국을 염두에 둔 미국의 21세기 안보전략에서 한미· 미일동맹의 강화노선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추진되어온
것으로, 부시행정부에 들어 그 속도와 강도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그는 “과거와 달리 한국의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해 독자적인 국방력을 갖출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정부로부터
자주국방을 추동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는 마치 우리가 경제력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 하지만, 세계 12위인 우리의 경제 규모에 비해 국방비 지출(10위권)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 정씨는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 및 권한을 갖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하드웨어
강화 차원에서 첨단무기 구매에 초점을 맞출 뿐, 독자적인 작전 계획 수립 및 전시 작전권 환수에는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지난 6월21일 충남 계룡대에서 군장성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전시 작전권 환수와 관련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임기 중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자주국방의 가장 중요한 작전권 환수보다는 국방비를
증액해 첨단 무기 구매로 자주국방을 하겠다는 위험하고도 안일한 발상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자주국방’ 위한 국방비 증액?
넷째, 정씨는 “자주국방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안보환경의 변화와 함께 국내 정치적 요인도 많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핵문제를
중심으로 한 북미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와중에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국론 분열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가 이를 자주국방론으로 정면 돌파하려고
했다는 것. 그는 “자주국방론은 진보와 보수 양쪽의 대정부 비판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양날의 칼’ 속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볼 때 국방비 증액을 통해 대북 억제력 강화라는 보수적 의제 설정을 통해 보수단체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종속적이고 굴욕적인 한미동맹 관계를 비판해온 진보진영에 대해서는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진보진영의 반발을 무마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섯째, 그는 정부의 자주국방 계획이 대북 억제력 강화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여기에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나는 ‘과연 아직까지도
남한이 북한보다 군사적으로 열세에 있고 이에 따라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를 달성하지 못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향후 수십년을 좌우할
중장기적 국방정책의 목표를 자주적인 대북 억제력 확보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도 남한은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지 못했는가? 현재 남한은 북한의 10배에 가까운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군사
전문가들 대부분이 남한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격퇴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력을 갖췄다는데 동의한다.
정씨는 “현 상황은 그렇다하더라도 향후 미래의 국방정책까지 대북 억제력 확보에 또다시 수십 조원대의 추가 적인 군비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감출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북 억제력 강화 참여정부 평화 정책에 어긋난다”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계획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아래 평통사)도 성명을 발표했다. 평통사는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실상을 부정하고,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상호보완 관계’라고 강병하면서 ‘10년 내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태도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통사는 또 “자주국방의 본질은 군사능력이나 군비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군사적 자주권 확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자주국방을 하기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한미연합지휘체계의 폐기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하위 협정들을 개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통사는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이 대규모 군비증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 심각한 우려는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우리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서는 “국방비 증액을 통한 군비 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족공조를 통한 우리 민족의 정치외교적 위상 제고와 동북아 평화보장
체제 구축을 통해서 이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미국의 신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른 군비증강→ 군사적 긴장 고조 →평화위협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대미 군사적 자주권
확보 →긴장완화와 군비감축→평화실현’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국방비 증액 미 MD체제로 가는 수순
녹색연합, 참여연대, 평화여성회 등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자주국방론을 내세우며 국방비를 증액하려는 이유로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연식 평통사 공동대표는 PAC-3(패트리어트미사일) 도입 사업으로 불거져 나온 MD체제 참여와 관련해서 “북한핵 문제를 명문으로 MD
조기구축을 진행중인 부시 행정부에게 ‘한국의 MD체제 참여’는 ‘북한 위협론 카드’에 더욱 집착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무력사용 옵션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폈다. 그는 또 “MD 관련 무기획득 및 운영·유지비에 만 약 20조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는 결국 교육·사회복지·연구개발 등을 위해 사용될 예산의 삭감을 불가피하게 하고, 경제·복지·교육·국방 등을 포괄한 21세기형 ‘포괄안보’실현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