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청 기능직 8급 공무원 안모 씨 복지 보조금 횡령사건 이전에 이모(42·7급) 씨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장학금 등 1억 6천여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을 들어냈다.
이 씨는 지난 해 10∼11월 여성복지과에 근무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에게 지원하는 '하이서울 장학금'이 다른 예산 서류와 달리 인출·지출 때 타 부서의 협조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하고, 단지 상급자인 팀장(6급)의 인감 날인만 있으면 이 장학금을 인출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팀장으로부터 인감을 받은 뒤 허위 서류에 인감을 찍어 1억 500만원을 무단 인출했다.
또 관내 신월문화체육센터 보조금도 신청 액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5천 900만원을 빼돌렸다.
이 씨는 돈을 횡령한 뒤 지난 해 11월 말 곧바로 명예퇴직했으나 같은 해 12월 구청의 자체 업무점검 과정에서 횡령 사실이 드러나 형사고발됐다.
특히, 양천구는 장학금 횡령사건을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확인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두 달 가까이 '쉬쉬'하고 있다가 민주당이 안 씨 사건에 대한 특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 횡령의혹을 제기하자 마지못해 관련 사실을 털어놓자 비리를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양천구는 "횡령사실을 확인한 후 즉시 고발조치와 환수, 관련 직원 징계, 상부기관 보고, 의회 업무보고 등 모든 절차를 신속하고 정상적으로 처리해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당사자 외에 관리책임자 등을 상대로 7천500만원을 환수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그런데 양천구청의 대처 방법은 어처구니없이 이 씨가 횡령한 돈의 부족한 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서 변상토록 했으며, 단독범행이라면서 관련도 없는 공무원들에게 변상토록 하게 했다.
또한, 이번 장애인수당 횡령사건도 회수하지 못한 5억원에 대해서도 구청직원들을 대상으로 모금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 이번 복지보조금 횡령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양천구청은 직원들 모금을 통해 메워놓고 또 쉬쉬했었을 것이라는 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3일부터 25개 전 자치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복지분야 보조금 지급 실태에 관한 감사를 하고 있어 양천구청과 같은 비리들이 계속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정부 지원금의 관리실태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이도록 지시함에 따라 이번 '보조금 횡령 사건'과 '장학금 횡령사건'은 전국적으로 확대돼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공무원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단체장들의 허술한 관리와 감독속에 정부의 복지보조금과 장학금이 국민의 혈세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빼먹을 수 있는 제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 보조금과 장학금이 전국적으로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연간 수십 조 원에 이르고 있지만, 지급 업무가 담당 공무원에 손에서 좌지우지하고 있어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양천구청 횡령 사건들이 안 씨와 이 씨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가능성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차체 공무원들의 비리가 점점 심하지자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방정부는 부정부패 척결의지가 있는가?"라고 의문점을 제시했다.
박 대변인은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되어야 할 정부지원금이 구청직원 마음대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주머니 속 쌈짓돈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횡령사건이 발생했으면 모든 관련자를 철저하게 색출해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횡령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변상하고 모금운동만 펼칠 것인가"라면서 "지방자치제도는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절대로 '자치'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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