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 한번째를 맞고 있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에 앞서 10일 오전 11시,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10층 문화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여성영화제 답지 않게 10주년을 성대하게 치루었지만, 올해는 'New Beginning'과 'Back to the Basic'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본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요즘 경제가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See the World through Women's Eyes!)'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열 번째라는 방점을 찍고 새로운 움틀임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여성이 만들고 여성 이슈의 영화들을 소개하고 관객들과의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여성문화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아시아 단편경선을 통해 창의적인 여성시각 및 영상언어를 드러내는 여성감독들을 발굴하고 아시아 여성영화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아시아 여성문화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었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10회를 정리하고 11회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면서 소박한 마음으로 여성영화축제를 준비하던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영화제측은 말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10회까지 축적된 기억, 환호, 성과를 몸에 새긴 채 돌아가면서 10회까지의 여성영화제가 여성주의 문화의 구축, 성장과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 지반위에서 '내실 있는 영화제', '알찬 영화제'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기존 가부장적 가치체계에 도전하였다면 올해는 좀 더 현실에 밀착된, 지면에 발을 맞대는 이슈들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동시에 다가가 금융위기 시기를 통과하며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고민하고 현실과 밀착된 새로운 비전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을 비롯한 <새로운 물결>, <여성노동과 가난>, <천 개의 나이듦>, <걸즈 온 필름: 걸즈 온 더 로드>, <퀴어 레인보우: 일상다반사>, <오픈 시네마>, <아시아 단편경선>,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부부 카메라 일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등 9개의 색션으로 이루어지며 23개국 총 105편(장편 37편, 단편 68편)의 초청작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아시아계 미국인인 '제니퍼 팡'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 <반쪽의 삶>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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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의 삶>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과 인종적, 성적 소수자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동시대인의 불안을 상상력이 넘치는 매혹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이는 재능 있는 새로운 여성 감독의 출현을 진심으로 반기고 또한 지지하고자 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의지표명이다.
올해 <새로운 물결>의 가장 큰 특징은 장편영화의 비중을 크게 늘려 특히 데뷔 뒤 3편 이내의 작품을 만든, 탄탄한 표현력과 도전의식을 내장한 신진 감독들의 영화가 상영된다.
<여성노동과 가난>은 지구화와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여성노동과 가난의 문제를 짚어보는 섹션으로 일상화된 고용 불안과 그것이 야기하는 삶의 불안정성에 놓인 여성노조원, 국제적인 결혼 및 노동 이주여성, 도시빈민여성, 성매매여성들을 다룬 국내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5편이 상영된다.
이 색션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가장 고민 끝에 마련한 특별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천 개의 나이듦>은 '실버산업'과 '고령화' 등 경제와 발전의 논리 안에서 이야기되는 '노화'가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서의 다양한 조건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마련된 부문이다.
<걸즈 온 필름: 걸즈 온 더 로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1회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아 본격적으로 10대가 마음껏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문으로 마련하여 '소녀들의 크레이지 카메라'와 10대 관객 심사단 '아이틴즈'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10대 여성의 참여가 기대하고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하여 연대의 의미로 신설한 <오픈 시네마>가 올해부터는 상설프로그램으로 마련하여 올해는 특히 아시아 남성 감독들이 포착한 10대 여성의 성정체성과 또래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유일의 경쟁부문으로 아시아 여성영화 인력을 발굴하고 지원해 온 <아시아 단편경선>이 올해부터 '메리케이'의 후원을 받아 '메리케이상'을 신설했다. 아시아 12개국에서 출품된 총 222편의 작품 중 18편이 본선에 진출했고, 이 작품들은 본선 심사에서 메리케이 최우수상과 메리케이 우수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번 단편경선은 외모지상주의와 성형, 동물학대와 자연파괴, 여성의 노동과 빈곤, 여성의 결혼이주와 고령여성의 삶, 모성과 모자녀 관계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룬 진정성 있는 작품과 성장드라마, 스릴러, 블랙코미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아시아 단편경선>의 심사위원은 문화평론가 서동진, 일본 아이찌여성영화제 동경사무실 국장 히비노 유키코,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개막작 제니퍼 팡 감독, <미쓰 홍당무>의 배우 공효진으로 결정되어 단편들을 심사,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을 결정해 폐막식에서 발표한다.
이어 '다문화'라는 화두 아래 언제나 교육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결혼이주를 해 온 여성들이었다는 고민 아래, 올해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은 한국 최초로 '다문화 부부 영화제작 워크숍'으로 기획되어 특별 상영을 통해 교육 참여자부부 네 쌍이 연출한 7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은 지난해 수상작인 <레즈비언 정치도전기>(홍지유·한영희 감독,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제작)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이 작품은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 레즈비언 정치인인 최현숙 후보의 2008년 총선 도전을 따라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가 소개됐다. '여성 다중이 구성하는 대안적인 공동체의 가능성'이라는 맥락에서 작업된 포스터는 원색적인 색감과 꽉 짜인 구성 덕분에 언뜻 보면 화려하게 느껴지는 이미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성을 깨우는 캐릭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영화제 측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적인 이미지와 비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한 요소들을 함께 배치해, '여성 다중'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토크 인 씨어터'를 새롭게 신설하여 영화상영 뒤 특별게스트를 초대하여 영화가 제기하는 이슈들을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제 개최기간동안 락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이벤트가 계속되며 특히, 가족들을 위한 '놀이방'이 영화 상영시간동안 운영된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관객다방인 카페가 올해는 '메리케이 카페'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4월 9일,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개막하여 16일까지 8일동안 열린다.
하지만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트레일러에 스폰서 기업이미지를 넣는가 하면 기업상표이름을 영화제 곳곳에 넣어 관객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외국의 한 화장품기업의 지원을 받아서인지 단편경선과 관객다방이름에 기업이름을 넣어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이 관객들의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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