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탑승객을 태운 KAL858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KAL858기가 '북괴에 의해 폭파당했다'라고 규정하여 범인으로 지목된 김현희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됐다.
당시 김현희는 북괴의 지령을 받아 저지른 범행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눈물로 참회했다.
20여년이 흐른 지난 11일 사건의 범인인 김현희(47)씨가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한국명 이은혜)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씨, 오빠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와 만나 80여분 동안 비공개 대화를 나누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 김 씨는 "KAL기 사건은 명백히 북한이 저지른 테러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KAL기 사건 진상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정부와 국가정보원이 나를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고 심지어 이민을 강요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시민대책위원회(아래 진상규명대책위)는 "김현희 씨가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아무 관심도 없지만 그녀가 마치 자선을 베푸는 인도적인 인사인양, 정권에서 탄압을 받은 피해자인양, 국민을 기만하고 KAL858기 가족들의 마음에 또다시 상처 내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진상규명대책위는 "김 씨는 지난 해 말 공개편지 형식의 글에서 'KAL 858기 시민대책위는 국정원의 전위조직' 및 'KAL 858기 가족회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대책위와 가족회를 모욕하기도 했다"고 김 씨를 질타했다.
진상규명대책위는 "김 씨가 이명박 정부에 발맞추어 지난 정부를 '좌파정권' 운운하며 갑자기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모순 일 수밖에 없다"며 "김 씨는 먼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언론을 상대로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시민사회가 그동안 제기해 왔던 의혹들에 솔직하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사실 풀리지 않는 의문점과 새로운 의문점이 생겼다.
인도양 상공에서 공중폭파됐다고 하지만 유품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기체 잔해도 발견되지 않았다. 90년 3월 사고발생 2년 4개월여 만에 당시 안기부는 KAL858기의 동체조각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했다.
왜 당시 안기부는 사고발생 2년 4개월여 만에 공개했을까. 사고발생 2년 4개월여만에 내놓은 동체조각은 2년 4개월여 시간을 무시하는 듯 부식이 없었다.
또, 김 씨는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의 조사요구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고싶다"라는 것이다.
이런 김 씨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정부를 질타하는 발언은 너무 현 정부의 잃어버린 10년 찾자는 모토와 맞아떨어진다.
더군다나 이번 만남과 기자회견은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의 언론들이 위성 생중계를 하며 대서특필했다.
진상규명대책위 측은 "일본 정부가 이번 기자회견을 납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압박용이었고, 북한과의 외교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고, 김 씨가 여기에 맞장구를 치며 스스로 활용당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면서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에서도 역사 거꾸로 돌리는 일에 김 씨를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상규명대책위 측은 "그 어떤 이념적·정치적인 탄압을 있더라고 굴하지 않고 KAL858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유가족들과 진상규명대책위의 의문점 제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진상규명에 있을 것이다.
김현희 씨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이벤트가 아닌 진실을 위해 중립을 유지하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말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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