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딜레마- 중동 전문가가 본 전후 이라크
이라크 발전가능성 높다
전후복구 사업…정부가 나서야
이라크의
향후 발전은 전후 복구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중동 최대의 부국 가운데 하나였던 이라크는 열강들의 제재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한 산유부국으로 인적·물적자원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중동경제연구원 홍성민 원장(사진)은 친미정권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낙후된 시설의 정비와 성장을 위해 이라크가 전후복구사업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해 재건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홍 원장은 “미국이 비록 점령했지만, 석유사용권한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자본투자가 이뤄질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중진국으로 발돋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홍 원장은 이어 “전후복구사업을 통한 국내 경제발전을 이끌어 내려면 국책사업화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활성화 유엔 경제봉쇄·민영화가 관건
이라크 경제발전은 총수출의 99%와 재정수입의 8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산업 민영화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이보다 앞서
정리돼야 할 것이 19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인해 이듬해 UN이 조치한 ‘석유 금수조치’에 이어 1996년 생필품 구입 자금에 한해 석유수출을
허용한 ‘석유-식량 교환 (oil-for food) 프로그램’의 해제가 선행돼야 현실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전후복구사업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돼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영화로 운영중인 석유산업이 민영화된다면 경제발전은
급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홍 원장은 “이라크 경제발전의 관건은 이라크 석유산업의 민영화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식품가공, 수입판매업, 서비스업 등을 장려했으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자국내 구매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유엔의 경제봉쇄가 사라지게 되면 중동에서 비교적 많은 2,500여만명 인구가 구매력을 충분히 유지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홍 원장은 이라크는 사회주의 틀 속에서 정부부처나 국영기업이 경제를 운용중인데 경제의 대외개방과 석유산업 민영화를 통한 발전이 이뤄진다면
고속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며느리도 모르는 이라크 경제
미국이 이라크의 전후복구작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이라크의 현 경제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자료가 거의 없어 복구계획
수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수십년간 장기집권하면서 대부분의 일들을 은밀히 처리해 바드다드의 시내지도 가운데 가장 최신판이 1973년에 나온 것이다.
예산공개 또한 이란전쟁 이전인 1978년이 마지막이다.
국민총생산(GDP) 통계는 무려 배 이상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백악관은 이라크의 GDP가 590억달러로 발표하고 있으나,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는 절반 수준인 290억달러에 불과하다.
세계의 자금을 주무르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상황은 마찬가지.
독재국가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가가 세계은행이나 IMF로부터 지원을 받아 어느 정도 거시통계자료가 파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라크는 1973년 이후 대출실적이 전혀 없고 1983년부터는 IMF의 금융진단팀 방문조차 거부해 경제 관련 통계는 서방국가에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은 1990년 이후 통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후 복구사업 가운데 정점에 있는 석유매장량도 숨바꼭질 하기는 매 한가지다.
이라크의 석유매장량은 약 1,120억배럴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양이지만 그동안 유전개발과 원유를
어느 정도 생산했는지 알 수 없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