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문화

老 교수와 女 제자의 사랑방정식

URL복사
지성미 넘치는 노년의 대학교수 데이비드(벤 킹슬리). 이혼남인 그에게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지닌 대학원생 콘수엘라(페넬로페 크루즈)가 등장한다. 첫 눈에 반한 그녀와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데이비드.
허나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예상치 않은 번민에 사로잡힌다. 하룻밤 욕망의 대상으로 그녀를 만났는데, 점점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섹스만 할 뿐 사랑을 믿지 않았던 데이비드는 이제 그녀에게 집착한다. 만남이 계속될 수록 서른 살 나이 차가 자꾸만 생각나고 그녀가 떠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을 원하자 두려워하며 피하고 만다.
결국 헤어지는 두 사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콘수엘라가 그의 앞에 나타나는데 (중략)
영화의 타이틀 엘레지(Elergy)는 '슬픔의 시' 혹은 '슬픔을 나타내는 악곡'을 의미한다. 필립 로스의 단편 소설 'The Dying Animal'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애잔한 내용의 수필을 읽는 것 같다. 만남과 헤어짐, 잠깐 나오는 격정적인 베드신, 그리고 극적인 반전이 있지만, 관객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말초적인 자극보다는 사고(思考)하게 만드는 <엘레지>. 사랑의 의미와 조건이 무엇인지를 생각게 하고 인간이 늙어가는 것과 사랑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이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흥미를 위한 영화적 장치를 가급적 배제하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점이다. 우선 이 영화에는 지나치게 착하거나 악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이혼을 경험한 후에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간다고 자위하지만, 결국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편모슬하에서 성장해 어느 덧 가장이 된 아들이 찾아와 애인이 생겼다며 이혼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 웃지못할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인 조지(데니스 호퍼)는 데이비드와는 대조적인 삶을 살지만, 곧 닥쳐올 죽음 앞에서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림1>
과연 데이비드와 조지 중에서 어느 한 쪽의 인생을 취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콘수엘라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사랑 앞에 진솔하고 당당했다.
남들 눈을 의식하는 데이비드와 달리,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만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어차피 그녀는 떠날 테니까." "나만큼 당신을 이해해 줄 사람은 없어!" 주변 사람의 이러한 대사는 단지 그들의 판단일 뿐, 정작 그녀의 사랑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립 카우프먼의 <프라하의 봄>이 떠올랐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원작인 이 영화에 나오는 사비나(레나 올린)는 진지하거나 무거운 방식의 삶에 부담을 느껴 가벼운 것만 추구한다.
사랑은 없고 섹스만 추구하는 삶에 회의감도 들지만, 정작 그녀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온 대학교수가 청혼하자 도망쳐 버린다.
데이비드도 대학 강단이든 라디오 방송이든 인생을 논함에 있어 체계적이고 유려한 화술로 막힘이 없지만, 정작 그 상황이 자신에게 해당되자 자기변명과 몸 사리기에 급급했다. 그 역시 사비나처럼 진지한 삶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도 개인주의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그의 인생이 콘수엘라의 전화 한 통으로 바뀌어 졌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염원했는지 깨달았으며 죽음과 싸우는 그녀의 고통마저 함께 하고 싶어했다.
<그림2>
흔히 '사랑에는 국경선이 없다' 고들 말한다. 신분이나 나이 차이 심지어 불륜처럼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아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한번쯤 용기(?)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인생이란 되풀이 할 수 없어 그 존재가 너무 가벼워 참을 수 없다" 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의미를 비틀어 보고 싶어진다.
어차피 한번 뿐인 인생, 미리 걱정부터 하면서 아무 일도 못할 바에야, 차라리 당당히 받아들이는 게 덜 후회할 지도 모르는 게 인생 아닌가.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무회의, ‘김건희·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 의결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채모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법안이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기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들 세 법안에 대해 "반헌법적·위법적 법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세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이 된다. 한 총리는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유방암 치료 후 빈번한 전이 검사, 생존율 향상에 큰 영향 없어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치료 후 빈번한 원격 전이 검사는 전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빈도 검사는 전이를 더 빨리 발견하는 데 유리하지만, 생존율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맞춤형 추적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문형곤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천종호 교수팀은 한국유방암학회 생존자연구회와 함께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11개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4,130명의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격 전이 검사 빈도와 생존율 간의 관계를 분석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성암 환자의 22.2%를 차지한다. 사망률은 다른 암종에 비해 비교적 낮지만, 유병률이 높아 일차 치료 이후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원격 전이 검사는 암이 원래 발생한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나 조직(뼈, 폐, 간 등)으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주로 CT, MR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