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MBC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1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
당초 신 앵커는 거취가 결정되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을 예정했으나 조용히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MBC 엄기영 사장은 오전 임원회의를 마친 뒤 담화문을 통해서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경영진과 사원간, 구성원 내부에서 일부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염원하는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송"이라며 "후임 앵커는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하되 구성원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 사장은 "진행자 교체 문제로 제작 거부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 내부혼란에서 벗어나 방송 정상화에 힘써달라"당부했다.
한편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와 대해 "내부 인력 기용차원에서 교체 여부를 검토했지만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이번 봄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연가투쟁을 벌여온 라디오 PD들은 이날 오전 총회를 거쳐 업무에 복귀했다. 또한 신 앵커의 하차가 결정됨에 따라 '뉴스데스크'는 후임 앵커를 정할 때까지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김세용 앵커가 임시로 진행한다.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MBC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서 "정권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언론의 근본적인 임무이고,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책임을 포기한 언론은 존재가치가 없다"며 "MBC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기를 자처한다면, MBC는 물론 우리 사회마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절름발이로 만드는 외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MBC사측이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신경민 앵커의 교체가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MBC 사측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뉴스 경쟁력을 구분하는 기준은 공정성이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기에 정권에게는 매서운 칼바람이었지만, 국민에게는 따스한 봄바람과 같은 위로였던 신경민 앵커의 촌철살인의 마무리 멘트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덧붙였다.
MBC뉴스테스크 앵커 출신인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 무소속 정동영 예비후보는 신경민 앵커 교체에 대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고,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이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신 앵커의 교체는 다시 한국의 언론 상황이, 방송사 인사를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로 돌아갔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민주정부시대 10년을 거치면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줄 알았던 언론자유가 하루아침에 20년 전으로 되돌아가버린 사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언론자유창달과 함께 21세기로 가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역주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아래 미디어 행동)도 "정치적 외압에 굴복한 MBC 경영진은 무능하고 비겁하다"고 질타했다.
미디어 행동은 "MBC 경영진이 비겁한 모습으로 일관해오면서 MBC기자와 PD에 대한 탄압을 수수방관하며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하더니 이제는 정치 외압에 굴복해 앵커를 교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권력에 대한 굴복이야말로 MBC의 공익성과 경쟁력을 해하는 행위임을 언론인 출신인 엄 사장은 진정 모른단 말인가?"며 반문했다.
미디어 행동은 "'신 앵커 교체'는 엄기영 사장이 이끄는 MBC경영진이 얼마나 무능하고 비겁한지 보여주는 참으로 어리석고 비굴한 결정"이라며 "이제라도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MBC의 공익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올바른 길이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신 앵커는 명쾌한 뉴스 진행과 '촌철살인'식 클로징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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