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국회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의원 11명과 간담회를 갖고 미디어법과 함께 미디어렙 도입을 위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이 개정 법률안은 이제까지의 미디어렙 논의를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그동안 언론의 공익성, 공정성, 다양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던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광고취약매체들의 종말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의원은 이 개정 법률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한국방송광고공사와 그 출자회사에 한해서 지상파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제73조제5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관련 규정 정비를 통해 위헌 요소를 해소한다"면서 "매체간 경쟁 심화와 글로벌시대 시장개방 환경 변화에 대응한 방송광고시장의 비효율성 개선 및 방송·광고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자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을 보면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을 지상파방송사업자 등으로부터 방송광고의 판매를 위탁받아 광고주 등에게 판매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 광고대행사업자 등의 정의를 규정했다. 또한 한 의원은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 및 그 출자회사로 한정되어 있는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자의 범위를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한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로 하면서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자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방송광고시장의 실질적 경쟁의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 직접 영업을 금지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계획의 공익성, 재정능력, 경영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여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를 허가하고, 법인의 합병 또는 분할 시 변경허가 하도록 했다.
이어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최대소유지분을 100분의 51로 제한하고, 다른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면서 최다주주의 주식 또는 지분을 제한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방송광고 시장의 균형,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송광고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와 방송광고 발전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 설립안을 내놓았으며, 방송광고 수수료도 제안했다. 방송광고균형발전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과 벌칙, 과태료, 청문 조항 등 정비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방송광고판매대행 사업자의 범위를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한 지상파 사업자로 확대하고 주주 지분은 51%로 제한하도록 해 특정 언론사의 주장과 같다는 지적이 나와 특정 언론사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최문순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방송광고판매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면 함께 묻어서 심사하고 상정할 계획인 것 같다"며 "민영 미디어렙 설립이 허가될 경우 매체 특성상 피해가 예상되는 방송사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데다 여론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밀어부치기식 밀실추진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법안 발의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민영 미디어렙 법 개정안은 언론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종말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양하게 논의돼 왔던 미디어렙 체제를 자의적인 1공영 다민영체제로 선택한 것은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헌법재판소도 취약매체 방송광고 연계판매제도를 용인했는데 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언론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법안"이라며 "법안이 제시한 방송광고균형발전심의원회도 말뿐이라며 방송기금을 30%나 줄여 취약매체를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개정 법률안 자체로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왜 한나라당은 한 나라의 미디어 산업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아무런 여론 수렴 과정 없이 밀실에서 결정하여 발의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간을 두고 종교계, 지역 등 다양한 계층과 시·청취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토론회, 공청회를 개최하여 전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이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과 향후 법안 마련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이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강행처리하려 한다면,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러한 시도를 분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교방송도 반발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미디어렙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인데 이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법안이 나온 것"이라며 "6월 미디어법 처리에 억지로 끼워넣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은 졸속입법"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지역방송협의회도 성명을 통해서 "허가제를 표명하면서도 소유와 운영에 대한 공익적인 제한을 두지 않는 미디어렙은, 국민의 공동소유인 전파를 이용하면서도, 광고에 대해서는 무한경쟁체제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허가권을 방송통신위에 넘겨, 방송정책의 수립과 규제뿐 아니라 방송광고까지 관장하며 방송을 지배하겠다는 날선 발톱을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갈수록 역행하는 제작비와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제작환경은 IMF체제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열악해졌고,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와의 치열한 경쟁은 이제 전쟁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지역방송은 지역의 의제를 설정하고, 지역을 대변하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자임해왔다"며 "지역을 지역의 잣대가 아닌 산업의 잣대로만 재단하며 굴욕적인 생존만을 강요하는 개악이다. 미디어렙을 통해서 자본과 중앙의 지배를 받게 될 지역방송이, 어떻게 지역의 의견을 대변하고, 어떻게 서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양성과 지역균형발전은 완전히 사라졌고, 경제적 기반을 흔들어 방송을 굴복시키겠다는 정권의 악의에 정면으로 반대한다"며 "지역을 부정하고, 지역의 가치를 폄하하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개정안에 모든 지역민이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한선교 의원은 6월 방송법 처리에서 조용하게 뭍어가려는 민영 미디어렙 발의가 시작 전부터 논란의 소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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