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의 무차별적 기업인수에 대한 자금출처를 놓고 해외유입자금이라는 설과 비자금 조성을 위한 자금이라는 설 등 견해가 분분하다.
대한전선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여금만 1,600억원에 달하고 주식과 채권매입 등을 포함하면 5,500억원에 이른다. 비록 대한전선이 수십년간
국내 전선업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많은 금액을 불과 3년여만에 조달했다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한전선의 총 자산 1조6,314억원의 3분의 1에 육박하고 자본금 1,000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투자자금 높은이자 책정 매입운영자금으로 활용
대한전선이 지난 2002년 5월 28일 무조리조트 1,473억7,800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2월5일 쌍방울 주식매입까지 5,448억9,400여만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금액으로는 8,149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금액별로는 진로 채권 매입을 위해 3분의 2에 달하는 2,390억원을 몰아넣고, 무조리조트 (주)지포럼에이엠씨 1,300억원, 르메이에르건설(주)
200억원 (주)지에프네트워크 100억원 (주)한터디앤디 8억9,000만원 순이다.
문제는 대한전선이 투자기업에 지원한 금액에 대해 높은 이자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르메이에르건설이 신촌에 건축중인 복합오피스텔 수익금 240억원에 60억원의 예금을 담보로 지난해 4월 25일 빌려준 자금은 연33.3%에
이른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대한전선의 고금리 대여에 대해 일반 금융기관을 통하면 8%선 에서도 차입이 가능함에도 고금리로 자금을 마련한 것은
대한전선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사격 해 주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빛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2~3년 전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 “통상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도 10%
안팎에서 금리가 결정되고 있다”면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회사의 자금 담당자가 “고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르메이에르 서두영 이사는 “(건설)사업 특성상 높은 금리에 빌리더라도 수익이 그 이상 생기기 때문에 사업적 차원에서 고리라고 할 수 없다”며
“왜 대한전선에서 고리로 빌렸는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전선에서 자금을 빌릴 때 금융기관이나 타 기업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것까지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해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는 “기업이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차입금에 대한 금리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면서 “시장금리보다 현저히
높은 대출금리는 계획된 (누군가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의도로 보여진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의 자금출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들어 해외에서 자금이 유입돼 이를 융통하고, 그들에게
이자를 떼어주기 위해 고리로 금리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쌍방울 주총을 무리하게 감행 했다는 부분도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쌍방울 주총에서 무리하게 경영진 인사에 개입하지
않아도 됐음에도 이를 성급히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쌍방울 주총은 그냥 2대주주로서 참여만 하고, 내년에 있을 주총은 대한전선이 최대주주로 자리잡는 것은 뻔한
위치인데 왜 급하게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전주에게 이자를 지급할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서둘렀다는 부분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지포럼도 25%라는 고율로 돈을 빌렸고, 선인산업 12.5% 지에프네크워크 12% 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대한전선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 사채를 써도 시장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경영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면서 “혹시 (대한전선이)자금을 대여해 줄 때 해당기업 관계자와 짜고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대한전선 관계자는 “대부업법상 60%만 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대한전선 투자자금 현황
(단위 : 백만원)
일 자 | 해당기업 | 금 액 | 이 율 | 기 간 | 조 건 | 내 용 | 비 고 |
2002년5월27일 | (주)쌍방울개발 | 147,378 | 주식및전환사채 | 주식매입 | |||
2002년7월16일 | (주)지포럼에이엠씨 | 130,000 | 25% | 1년 | 부동산담보 | 운용자금 | 대여금 |
2002년9월4일 | (주)지에프네트워크 | 10,000 | 12% | 6개월 | 유가증권담보 | 운용자금 | 대여금 |
2003년3월4일 | (주)지에프네트워크 | 10,000 | 12% | 1년 | 유가증권담보 | 2002년9월4일자 연장 | |
2003년4월23일 | 르메이에르건설(주) | 20,000 | 33.30% | 1년6개월 | 신촌 복합오피스텔 수익금 240억원, 예금 60억원 담보 | 운용자금 | 대여금 |
2003년6월10일 | (주)진로 | 64,000 | 채권회수시 | (주)진로채권매입 | |||
2003년7월10일 | (주)진로 | 175,000 | 채권회수시 | (주)진로채권매입 | |||
2003년7월16일 | (주)지포럼에이엠씨 | 130,000 | 25% | 회수시 | 부동산담보 | 운용자금 | 2002년7월16일자 연장 |
2003년9월1일 | (주)진로 | 9,507 | 채권회수시 | (주)진로채권매입 | |||
2003년9월8일 | (주)진로 | 25,259 | 채권회수시 | (주)진로채권매입 | |||
2003년12월10일 | 선인산업(주)임차인조합 | 81,095 | 12.50% | 1년이내 | 운용자금 | (주)지포럼에이엠씨 대여금 중 잔여채무 승계 | |
2003년12월26일 | (주)쌍방울 | 11,620 | 장내매수 및 경매난찰 | 주식매입 | |||
2004년2월9일 | (주)쌍방울 | 1,035 | 장내매수 및 경매난찰 | 주식매입 |
국내자금 역외펀드 통해 해외서 유턴 국내로 재 유입
해외자금 유입과 함께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국내 자금을 역외펀드 등을 통해 국내로 재유입 됐다는 주장도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선인상가를 인수할 당시 클레리온캐피탈이라는 회사에 변종진이라는 존재가 있었다”면서 “변 씨는 쌍방울 인수에도 가담하는
등 대한전선의 M&A에 깊숙이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변 씨의 국적이 호주라는 점은 국내법으로 처벌이 쉽지 않다는 부분을 악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변 씨의 국적이 호주로
돼 있어 대한전선이 국내자금을 해외로 도피하고 이에 대한 돈세탁도 그의 몫이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Y 모씨가 최대주주로 돼 있는 저축은행에 설 씨 집안에서 일부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Y 모씨가 해외 역외펀드를 만들어
국내자금이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실련도 “금리가 높은 점과 과거 전선산업에 대한 독점을 행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국내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이후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전선 하성임 상무는 “내가 내 돈을 갖고 하는 것”이라면서 “불법이라면 얘기할 수 있겠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변 씨는 “프로젝트에 있어서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대답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진로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현재 구속된 장진호(전 진로 대표)씨와 짜고 채권을 무자기로 매입해 장 씨에게 되팔려고 했다는 소문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대한전선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자금력이 풍부한 회사에서 구속된 장씨 자금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면서 “이것은 우리를 음해하려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 관계자는 “대한전선의 영업행위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경영을 망각한 채 남의 기업 사재기에 나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