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공동위원장 김우룡, 강상현)가 여당 측 위원들의 여론 조사 실시 거부로 사실상 활동이 종료됐다.
미디어위는 1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제3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법안 개정과 관련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논의했다. 이날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여론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최종 입장을 밝히자, 야당 측 위원들은 수용하기 힘들다며 미디어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3월 3일 여야 합의로 국민 여론 수렴을 목적으로 구성된 미디어위는 결국 여당 측 위원들의 여론조사 실시 거부로 활동 기한 8일을 남겨 놓은 채 야당 측 위원들이 전체회의에서 퇴장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민주당 추천)는 ▲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실태 ▲ 미디어법과 위원회에 대한 평가 ▲ 미디어 법안의 내용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된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위원회 여론조사 기획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 전문가들의 미디어 상황 인식과 한나라당 법안에 대한 인식을 살필 수 있는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사항"이라고 강조한 뒤 "만약 독립적인 여론조사 실시 어려울 경우 기존 언론매체의 여론조사를 원용해 기존 법안의 페기 보완 발전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 측은 "1주일 남은 보고서 작성 때문에 물리적으로 여론조사 내용 검토가 불가능하다"면서 "본질적인 과제인 보고서 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19일 대전공청회와 22∼23일 양일간 워크숍을 제안했다.
최홍재 위원(한나라당 추천)은 "법안 찬반 형태 설문은 우리가 안하겠다고 했고, 매체 영향력 조사의 경우 과연 오늘까지 여론 조사 안 확정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며 여론조사 불가능하다는 최종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민주당 추천)은 "야당 측 위원들은 미디어위 설립 목적인 국민여론 수렴을 위해 국민과 다양한 학자들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원회 차원에서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여당 측은 직접적 여론조사 거부에 이어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수렴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민주당 추천)은 "여당측이 국민에 대한 여론조사 자체를 전면 거부한 것은 미디어발전국민위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국민여론 수렴 없는 상태에서 위원회는 이후 어떤 논의를 하거나 보고서를 내더라도 정당성이 없으므로 위원회 종료를 선언해 주시기 바란다"며 퇴장했다.
문재완 위원을 제외한 야당 위원들이 모두 퇴장하자 여당 측 위원들은 "야당 측이 미디어법 저지를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계속해 여론조사만을 강조해 사태를 파행으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한편, 여당 측은 오후 2시 회의를 속개했고, 야당 측 위원들은 1시 40분 국회 정론관에서 미디어발전위에 대한 입장에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 여론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위 강상현 공동위원장은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국민 여론조사, 전문가 조사 실태조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지역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는 위원회 구도 속에서는 위원회 논의가 더 이상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강상현 공동위원장은 "단독으로라도 여론조사를 합리적으로 하고 토론회, 지역 공청회를 확장해서라도 대국민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민주당 추천)도 "지난 100일 동안 한나라당측 위원들이 지속적으로 말 바꾸기와 시간 끌기로 국민 여론조사를 무산시켰다"며 "국민 여론 수렴하라는 미디어발전 국민위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위원회를)국민 여론 수렴이 아니라 법안의 강행 처리를 위한 요식행위로 하는데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우리 나름대로 국민 여론 조사 수렴을 할 것이고, 언론학자 언론 현업인 여론조사를 주말까지 실시해 다음 주 초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국민 의견을 담보하지 않는 위원회는 의미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반대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라고 비꼬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한목소리를 내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국민 여론 수렴이 없이 언론법을 다룰 수 없다"며 "미디어발전 국민위의 여론조사 활동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끝까지 여론수렴 활동을 거부하면 6월 임시국회 개회 협상 과정에 중대한 변수가 추가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한나라당 측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오늘자로 사실상 파기됐다고 선언한다"며 "2월 합의 사항은 '여론수렴을 거쳐 표결처리 한다'였는데 여론수렴을 주장한 것이 민주당이고 표결 주장이 한나라당인데 지금까지 여론 수렴이 없었으므로 표결도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그러나 지난 해 5월 한국언론재단에서 실시한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서 KBS의 매체 영향력이 33%, MBC와 SBS가 합쳐서 57%, 네이버와 다음 등이 20%가 넘게 나왔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8.7%로 나왔다.
이 조사에 대해 여당 측 위원들은 공식자료로 인정해야 한다는 반면, 야당 측 위원들은 지난해 5월은 촛불시위라는 특수상황이었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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