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이어졌던 천성관 내정자가 청문회 하루만에 자진 사퇴했다.
천 내정자는 '사퇴의 변'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자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2003년에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 내정자는 28억원에 호가하는 신사동 아파트 구입에서 10년 지기라는 사업가 박○○ 씨로부터 아파트 구입자금 15억5000만원을 빌리고, 2004년 8월과 지난해 2월 박 씨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해외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또한 이 여행에서 천 내정자의 부인은 박 씨에게 수 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 핸드백을 받은 내역도 나와 '스폰서 검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아파트 구매 과정에서 동생에게 빌린 5억원의 출처와 사업가 석○○ 씨의 차량 리스 승계 과정,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도 매년 늘어나는 아들의 통장예금액, 아들의 병역 문제, 자녀 강남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연간 3500만원 이상 쇼핑을 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백화점 VIP 회원권을 소지한 부인의 호화생활이 큰 걸림돌이 됐다.
특히, 천 내정자가 의혹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해명만 되풀이하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천 내정자와 박 씨의 골프채 세관 통과 내역 등을 밝혀 전 내정자의 명확하지 않은 해명도 거짓 해명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천 내정자는 A4용지 20쪽에 해당하는 각종 의혹 해명자료를 내놓았지만 이 해명자료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덕성 문제로 시작된 천 내정자의 논란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검찰총장의 자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천 내정자의 사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전임 임채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임 전 총장보다 세 기수나 아래인 천 내정자가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된 뒤 선배 기수 고검장급과 검사장급 검사들이 사표를 내 검찰은 지휘부 공백과 함께 크게 동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천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천 검찰총장 내정자의 사퇴는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부도덕한 무자격자를 검찰총장에 내정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께 사죄해야 한다"면서 "향후 검찰총장은 도덕적으로 흠결 없고 검찰개혁에 강한 신념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국민들이 도덕성과 자질이 부족한 인사를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당연한 결정이며 사필귀정"이라면서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인사를 내정해 놓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청문회를 무사통과하길 바란, 청와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우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몇 일 동안이나 장마비 만큼이나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부실인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이후 검찰총장 내정자로 다시는 경력과 생활이 얼룩덜룩한 인사가 아니라 깨끗하고 소신있는, 무엇보다 인권을 존중할 줄 알고 민주적인 인사를 내정하여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정부 여당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천 후보자가 자신 사퇴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는 짤막한 구두 논평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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