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주민소환에 대해 소환 추진자에게 투표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분담시키자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국회의장은 27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부결된 것과 관련해 "무분별환 주민소환을 막기 위해 소환 추진자에게 투표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분담시키는 등 법적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국회의장은 "중요 국책사업을 두고 무분별하고 원칙 없이 도지사 등 기관장에 대한 소환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주민 참여율이 10% 정도로 대단히 저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허용범 대변인은 "김 국회의장이 제주 명예도민으로서 제주도에 대단히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해 무분별한 주민소환이라는 말에 대한 반발을 희석시키려 했다.
또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법엔 청구 절차만 명시돼 있지, 법적으로 불이익을 줄 때는 법에 의해 그 사유가 명시돼 있는데 주민소환에 대한 법에는 그런 게 없다"며 "어떻게 이런 법이 통과됐는지 국회의원도 반성해야 한다"고 주민소환제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안 원내대표는 "법적 불이익을 줄 때는 법에 의해 그 사유가 명시돼 있어야 한다"며 "청구사유는 비리나 직권남용 등 불법행위에 한정하고, 청구 요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유권자 15% 발의'인 청구 요건도 좀 더 엄격하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주민소환법 개정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불법비리행위는 사법심판의 대상이지 주민소환의 대상이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면서 "발의요건강화 추진은 현대 민주주의의 흐름을 잘못 읽은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의 보완, 강화로 가고 있다. 이를 역행하려는 시도는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 대변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MB정권과 한나라당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윈회 의장인 이정희 의원도 청구사유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치주의에 대한 기본적 위배라는 주장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주장한 것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3월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내용은 모두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된 것들"이라면서 "어떤 근거로 안상수 대표가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안상수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이어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주민소환의 청구사유를 제한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예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않거나 명시하지 않고 있고, 미국 역시 특정 몇몇 주가 그 사유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공당의 대표가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주민소환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고, 주민의 자치역량을 제고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보다는,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지를 고려한 정략적 태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안상수 대표가 이야기한 모든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명확하게 결정했고, 지금 해야 할 일은 주민소환제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 주민소환 과정에서 벌어졌던 관권개입을 조사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주민소환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주민소환의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에 대해 주민소환제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절차로 설계됨으로서 "위법행위를 한 공직자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실패하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공직자까지도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시말해 위법행위 뿐 아니라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도 묻도록 해야 올바른 책임정치, 책임행정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주민소환에관한법률의 입법목적이다.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를 정하지 않음으로써 주민소환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민소환이 남용되어 공직자가 소환될 위험성과 이로 인하여 주민들이 공직자를 통제하고 직접참여를 고양시킬 수 있는 공익을 비교하여 볼 때, 법익의 형량에 있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 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결론내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민소환투표의 청구를 규정하고 있는 관련법 7조에 청구절차만 명시돼 있지 청구사유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삼아 개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주민소환제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또다시 여야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住民召還─法律)'은 2006년 5월 2일 한국 국회를 통과한 법으로 선출직 지방공직자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비리·부패 등을 막기 위하여 제정됐다. 2006년 5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의결됐고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핵심 내용은 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임기 중 위법·부당행위와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을 저지를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민들이 이들을 소환하고 주민투표를 거쳐 해임할 수 있다. 이 법은 선출직 지방공직자별로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청구 서명인 수를 다르게 정하였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시장과 도지사의 경우 해당 지역 전체 유권자의 10% 이상이 찬성하면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각각 15% 이상과 20% 이상이다.
모든 소환 대상자는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여 찬성표가 반을 넘으면 즉시 해임된다. 단, 비례대표시·도의원과 비례대표자치구·시·군의원은 주민소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남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하여 관할구역 안의 시·군·자치구 수가 3개 이상인 시·도지사의 경우 3분의 1 이상의 시·군·자치구에서 정해진 수 이상의 서명을 받도록 하였다. 시장·군수·자치구청장과 지역구지방의원도 시·도지사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선출직 지방공직자가 임기를 시작한 날부터 1년 이내이거나 임기가 끝난 날부터 1년 미만일 때, 소환대상 선출직 지방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한 날부터 1년 이내일 경우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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