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특별기고 배준호 전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먼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3선 울주군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이순걸 울주군수 당선인이 재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이선호 후보를 꺾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를 유감없이 설욕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보유한 범서지역 출신으로, 현직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이선호 후보와 양자대결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선거였다.
이순걸 당선인은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울주로 만들겠다”며 도시 인프라 확충을 군정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인수위원 구성과 관련 인원과 명단은 윤곽이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군민들의 기대도 큰 것 같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시작부터 기우(杞憂) 같은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울주군수직 위원 인원과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서석광 전 울주군 부군수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본다.
공천과정에서 이순걸 당선인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었던 인물이 바로 서석광 전 부군수다.
젊고 참신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서석광 전 부군수.
단순히 그가 공천에 고배를 마신 뒤 ‘이순걸 지지선언’을 했으니 인수위에서 한자리를 챙겨줘야 한다는 보은차원의 말이 아니다.
고시출신인 서석광 전 부군수는 울산광역시 예산담당관과 문화체육관광국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2021년 6월까지 울주군 부군수로 지냈던 인물이다.
이순걸 당선인이 최우선 과제로 삼은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돈이 필요하다.
중앙에 예산을 받는 방법이나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는 행정전문가를 개인적 앙금(?)은 아니겠지만 기용하지 않거나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대선 후보시절에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선언을 이끌고, 대선에 승리한 뒤 그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긴 사례는 화합과 통합을 위한 한수로 평가받고, 왜 지금 그것이 머릿속에 아쉬움으로 맴돌까.
둘째는 인수위에 퇴직 고위 공무원 출신의 대거 진입이다. 인수위를 꾸릴 때 처음부터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해온 선거캠프 멤버 중 능력있는 구성원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인수위가 관료출신으로 대거 채워져서는 안된다. 정치나 행정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골고루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수가 있다.
먼저 이순걸 당선인은 처음에는 눈치를 살피다 경선이후 선거캠프에 뒤늦게 합류, ‘터줏대감’ 노릇을 자처한 인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퇴직 후 이미 울주군청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거나 능력과 소신, 비전제시도 없이 울주군 산하기관 기관장 자리를 노리는 인물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아니 진정으로 이순걸을 아끼고, 그가 성공적으로 울주군을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면 스스로 물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양심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작금의 울주군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에는 늘 저항과 고통이 수반된다.
공무원 출신들이 무더기로 인수위에 들어간다는 그 자체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잘못된 첫 단추’가 될 공산이 크다.
먼저 울주군은 일하는 조직문화 개편과 근무기강 확립이 필요하다.
기획예산실 등 주요부서에 무능력하거나 승진협상(?)으로 언론을 통한 농간 등 공무가 아닌 사익에 가까운 인사배치는 없었는지 챙겨봐야 한다. 물론, 전임 군수시절 요직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능력있고, 추진력이 있는 공직자의 보직유임 등 인사 기준점을 잡아야만 한다.
혹시 특정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퍼주기식 청년 창업경진 대회’로 전업 또는 폐업을 했는지, 아니면 신용거래 불량자 내몬 것은 아닌지 추적관리 해봐야 하고, 창업 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전거 안장 잡아주기식’ 컨설팅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창업지원과 일자리 정책의 마련도 필요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또한, 각종 위원회도 전문성은 결여된 채 정치적 편향성만 갖고 있는 인사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특히, 울주군 산하기관의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울주군 시설관리공단 등 상당수 산하기관의 경우 임기 초기에 과감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전 군수시절 당시 노조설립 이후 '의무는 존재하지 않고 권리'만 강조되는 조직문화(?). 그 덕분에 매년 경영평가 낙제점을 받고 있는 등 심각한 근무기강 해이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울주군 시설관리공단.
물론, 상당수 직원들은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가장 큰 고질적인 문제는 늘 그랬듯 전문성과 개혁의지가 없는 ‘고위직의 보은인사’였다.
이에 선거 때 ‘얄팍하게 도와준 인사에 대한 외상값 갚듯’ 하지 말고, ‘공직을 알고 강단 있는 인사’의 등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정보다는 ‘대대적인 수술이 가능한 집도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평소 소탈하고 인간적인 이순걸 당선인. 그래서 좋아하고 아끼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성주 작가의 저서 “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는 조선시대 간신을 논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왕이 간신을 허용한 까닭은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신하들이 주지 않는 어떤 이익 혹은 욕망의 충족이 있었기에 왕이 간신을 선택한 것이고, 그에게 자신의 권력을 맡긴 것이다”고 밝혔다.
이순걸 당선인은 지금부터 간신을 멀리하고, 충신의 쓴 소리를 경청해 울주군 발전을 이끈 성공한 군수로 임기 후에도 평가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