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계태세 불안정
경색만 되어가던 남과북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 뒤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자 회담 등이 이루어지며 해빙되어가던 가운데 지난달 27일 남한 주민이 월북해 남북관계가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은 “자신을 강동림(남, 30)이라고 밝힌 남한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했고, 합동참모본부도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철책 훼손 흔적을 정밀조사 결과 22사단에서 철책이 가로 30cm,세로 40cm 규모로 절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혀 강 씨가 월북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또한 합참은 “지난 26일 오후 3시경 철책 보수작업 때와 오후 6시경 야간경계근무 투입 전 실시되는 철책 정밀점검 때에도 이상이 없었음이 확인됐다”며 “따라서 월북자는 26일 민통선을 통과해 기회를 엿보다가 27일 주간에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부대 사단장(소장)과 연대장(대령), 대대장(중령), 중대장, 소대장 등 5명이 보직해임되고, 당일 현장근무를 했던 순찰조와 경계병 등도 모두 군법에 따라 조치됐다.
이 지역은 일명 ‘올가미 계곡’으로 불리는 험준한 지형으로 북한군 GP까지는 직선거리로 6km로 도보 이동시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이면 도착할 것으로 분석됐으며, 강 씨는 2001년 9월 18일부터 2003년 11월 10일까지 22사단 56연대에서 복무하면서 절단지점의 GOP 8소초에서 GOP의 기관총 사수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지역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리에 익숙한 점을 이용해 월북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확한 월북 동기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합참 발표에 의하면 지난 9월 12일 폭행사건 등으로 같은 달 25일 지명수배되어 경찰에 쫓기고 있는 점에서 ‘현실 도피’ 차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강 씨는 어떻게 월북했을까?
민간인이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지나 비무장 지대의 3중 철책선을 뚫고 지뢰밭을 지나 북으로 넘어 간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의 발표는 의문점만 키우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유연하게 풀리고 있는 이 중요한 상황에 강 씨가 왜 북에 올라갔을까하는 의문점이고, 단순 폭력혐의로 사선을 넘어 북으로 올라갔다는 자체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철책선은 3중이며 철책 넘어서는 1.5~2km의 지뢰밭은 물론 1만볼트이상의 고압선과 각종 폭발물이 널려있다. 철책은 남측으로부터 1차 GOP철책(남책), 2차 북철책(중책), 3차 추진철책(북책)으로 이뤄졌다. 1차 GOP철책부터 3차 추진철책까지의 거리는 1.7Km다. 또 남책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절반이 칠해져있는 청각석과 흔적석이 촘촘히 박혀있으며 북책에는 대인지뢰가 설치돼 있다. GP밖에는 남한의 수색대대 장병들이 24시간 잠복중이다. 또한 군 순찰조가 하루 20여회 철책 특이사항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27일 오전 6시부터 낮12시까지 적어도 4~5 차례나 순찰조가 순시하면서 철책에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혹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해당 부대가 월북사실을 미리알고 은폐하려 했다가 북한이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상황보고를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 또한 객관성이 부족하다.
북한 주장대로 강 씨가 26일 월북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도 대낮에 감시 사각지대를 유유히 통과했고, 북한이 월북 사실을 발표하기 전까지 하루가 지나도록 해당 군부대 어떤 근무 순찰조도 철책이 뚫린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북전문가들 조차 의문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60~70년대 월북한 군인들의 경우 관할구역의 지뢰 매설사정을 훤히 파악해 북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열상감시장비 등을 갖추고 있어 이곳을 쉽게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견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을 이례적으로 월북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했는데 군 발표대로라면 강 씨가 철책선을 통과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북한은 심문과 상부보고를 끝내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것으로 된다. 과거 북한이 폭력 혐의 등 한국측 수배자들이 월북할 경우 남쪽으로 돌려보내거나 적어도 하루 이상 심문을 거친 것과는 비교되는 것이어서 전문가들은 강 씨가 27일 이전에 월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강 씨는 어떻게 처리되나
과거 철책선에서 근무하던 남한 군인이 월북한 경우는 있었으나 철책을 뚫고 넘어간 사례는 2004년 10월 강원 철원군 지역 철책선 절단사건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은 1990년대까지 월북자를 대부분 정치적 체제선전에 활용해왔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월북자 대부분을 조사 뒤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생활고나 범죄를 이유로 도피한 경우에는 해외에 추방하고 있어 만약 강 씨가 수배 도피용으로 월북을 했다면 중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할 가능성이 높다.
예로 지난 2002년 6월 국내에서 카드빚에 쫒겨 밀입북한 박○○ 씨와 2003년 3월 빨치산 출신 아버지를 찾겠다며 월북한 50대남자도 중국으로 추방됐다. 2005년 4월 중국을 거쳐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온성군으로 밀입북한 박○○ 씨도 중국으로 추방됐고, 가정불화와 생활고를 비관해 월북한 40대 남성에게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됐다.
반면 20년간 주한미군에서 검사과장으로 일하다가 2004년 월북한 김기호 씨의 경우는 추방하지 않고 환영집회까지 개최해 주었다. 이는 주한미군 근무 경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분석이어서 강 씨의 경우 북한이 남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으로 주요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강 씨의 월북사실을 공개했고,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월북사실을 신속히 공개했다는 점에서 앞의 김 씨의 경우와 유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현재 북이나 남이나 강 씨에 대해 설득력 있는 발표가 아직 없어 의혹이 증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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