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돈은 빤한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추석명절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8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5%나 오르며 5년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고유가와 무더위, 태풍 등의 영향으로 채소값과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생산자 물가는 소비자 물가로 파급되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4.8%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산물과 채소, 나물류 가격은 급등했다. 어획량이 급감한데다, 태풍의 영향으로 조업량이 크게 줄어 수산물 가격이 폭등했고, 태풍과 폭염으로 채소류 값이 오른 것. 소고기와 과일류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올 추석 물가는 육류와 과일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하락하는 반면, 수산물과 채소류는 잇단 태풍으로 비싸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조기 등 제수용 생선들이 작년 추석보다 10~20%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추석이 임박하면 10~20% 정도가 더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추석 상차림 값은 내려?
지난 7일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는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12만4,000원보다 6% 적은 11만5,900원으로 예상했다. 농림부 9일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물가와 하나로마트 클럽 판매가를 기준으로 올해 추석 기본 차례상 비용은 14만원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5만1,000원보다 8%(1만1,000원) 내린 것이다. 이는 물가가 내려서가 아니다. 올 추석이 지난해보다 17일 늦어져 시기상 햅쌀과 과일 등 제수용품 물량이 풍부해지면서 가격이 내리는 시기인데다, 무더위와 충분한 일조량으로 작황이 좋기 때문이다.
추석 물가폭등을 우려해, 정부는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13일부터 26일까지 14일간 농축산물 14개와 개인서비스요금 6개등 20개 품목의 가격을 중점관리하고 사과와 배 쇠고기 돼지고기 조기 명태 등 추석 성수품의 공급물량을 평소보다 두배 이상 풀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중인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의 수급조절을 통해 물가를 3%대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단기 약방식 처방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허리가 휘는 가계살림에 물가급등으로 즐거워야 할 올 추석 명절이 호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겐 달갑지만은 않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