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를 통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계획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초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충청지역의 발전과 건설경기 침체의 돌파구 역할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헌재의 판결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사라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여기에 가파른 부동산 값 상승으로 충청권 대출규모를 늘린 금융권도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시장 침체 깊어져”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실상 무산되면 건설시장이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해 극성을 부리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10·29부동산종합대책’ 등 각종 규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건설 실적에서 이러한 모습을 확연히 모여주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가 파악한 8월말 주택건설실적은 21만9,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의 38만9,000가구에 비해 43.7%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동안의 건설수주액 또한 54조원에서 40조2,000억원으로 25.6%나 감소했다. 건설실적과 수주의 감소로 부도업체수가 지난해 9월 94개사에서 올해는 123개사로 29개사나 증가하는 등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극도로 침체된 건설경기를 연착륙 시키겠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들 정책이 신행정수도를 전제로 이뤄진 것으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기대했던 연착륙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주요정책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세워졌던 만큼 여려 국책사업들의 수정이 불가피해 건설시장은 당분간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충청지역이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수도권은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충청, 개발·부동산 뒷걸음질
충청권은 위헌판결과 함께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0월25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01건의 경매물건 가운데 31.7%인 31건이 낙찰되는데 불과했다. 위헌결정 이전에 37%의 낙찰율을 기록했던 것과는 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더욱이 신행정수도 지역으로 확정됐던 충남 연기군은 매물 7건 가운데 낙찰은 1건에 불과했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앞으로의 횡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헌결정 이후 ‘정부가 충청권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으로 아직까지 큰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행정수도에 버금가는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가격하락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전국 각지에서 충남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순이동(전출-전입) 인구는 1만6,86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서 이동안 인구가 38.9%에 달하는 6,568명이 다시 유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분 아니라 충청권의 각종 개발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신행정수도 후보지가 연기, 공주로 확정되면서 충청도내 3개 동서내륙축(서천∼공주 등)과 함께 보령∼행정수도∼경북 영덕을 잇는 건설을 건의했지만, 위헌결정으로 효과가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신행정수도에 발맞춰 청주를 배후도시로 개발하겠다던 계획은 추진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또 신행정수도가 충남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호남고속철 분기역을 오송으로 해야한다던 주장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서울, 특혜시로 부상
이와 반대로 지난 1년간 경기도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던 과천지역은 벌써부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오르고 있다.
과천 주공4단지 23평형의 경우 헌재 결정이후 2억9,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급등했다. 또 인천 논현지구에 문을 연 신영지웰의 모델하우스에는 올 들어 지속됐던 인천 분양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개관 첫날 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은 지난 4차 동시분양까지만 해도 청약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걱정이 컸지만,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10차 동시분양도 헌재의 판결로 과거와 같은 싸늘한 분양시장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높다.
서울시는 이번 결정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지난 8월 심의·의결한 ‘전략산업육성 및 기업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추진하는데 헌재의 결정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에 의하면 서울시는 디지털 콘텐츠, 정보통신, 바이오·나노기술, 금융·사업서비스, 의류·패전 등 5개의 전략산업을 육성하는데 수도를 끼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책 수정 불가피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으로 경제운영의 틀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50달러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의 신행정수도 이전 무산은 건설과 부동산 경기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가 신행정수도를 중심으로 경제의 틀을 짜 왔다는 것을 보면 전면적인 수정은 현실러 이어져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에 오는 2008년까지 책정된 행정수도 관련 예산 62조6,000억원을 삭제해야 한다. 또 2030년까지 45조6,000억원을 투자 건설되는 대규모 국책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이와 관련 “건설경기를 포함한 내수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으로 정부는 경제운용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결정으로 경제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불투명했던 신행정수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우리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에 부담을 줘왔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논쟁이 종식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