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 계기로 정치권은 성범죄에 관한 법안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이미 제출된 법안은 제자리 걸음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동성폭력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성폭력문제만큼은 이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한다는 각오로 상임위에서 신속히 심의하고, 3월중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한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어린이를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법안들은 여야 간의 갈등대상도 아니고, 민생 중의 민생법안인 만큼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기대한다”며 “지금 검찰이 전자발찌법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소급적용하여,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폭력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성폭력특위에서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신속히 입법화 되도록 노력하도록 해야 되겠다”면서 “법사위를 신속히 열어 아동성폭력범죄에 관련된 법안들은 빨리 심의해서 통과시키고, 정책위의장은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신속히 열어 전자발찌법의 소급적용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통과되지 못했던 39건의 민생법안도 18일에 본회의를 열어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강한 의지를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에서 “왜 국회가 성폭력과 관련된 법안들을 낮잠 재우고 있느냐는 질타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다”며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 소급적용 문제에 대해 3월 국회에서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미 이명박 대통령도 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결코 용납돼선 안된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 또한 “성범죄자는 ‘걸어 다니는 흉기’”라며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범죄자를 1대 1로 전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법안은 제자리다.
한나라당 어린이성폭력특위가 제출한 법안을 살펴보면 ▲ 어린이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유기징역 상한확대 ▲ 공소시효폐지 ▲ 신상공개 확대 ▲ 전자발찌 착용기간 확대 등을 비롯해서 피해어린이에 대한 지원 등을 담고 있지만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특히 이유리 양의 실종 하루전인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아동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이웃 주민에게 우편으로 통보하고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범죄자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못했다. 당시 2월 국회에서는 세종시 문제로 여야가 민생법안은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조두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자 성범죄 방지 방안이 나왔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어린이동성범죄자 등 흉악범들의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난해 7월 이후 제출된 성범죄 관련 법률안 14건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또한 12월 여야의원 10인이 발의한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 일명 ‘전자발찌법’ 또한 잠을 자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등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성폭력 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하고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도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이 때문에 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전자팔찌법’ 처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매번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정부·정치권·검찰·경찰,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성범죄법안에 대해 대안과 처방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지만 국회에서는 실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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