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상 레저주간지 ‘프라이데이’ 기자
“촌놈 특유의 털털함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 각계각층에 인맥지도가 쫙 깔려있어 빈 지갑으로 언제 어디를 가도 먹고 자는 걱정은 안 한다는 유철상(32) 씨. 지금까지 5군데 정도의 직장을 가졌지만 인맥 외의 과정을 거쳐 취업을 한 적이 없다는 유씨는 대문 활짝 열어젖힌 시골 마을처럼 친근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신뢰감을 주는 인상이다.
사람 좋아하는 것은 천성
베테랑 여행전문기자인 유씨는 자신의 책 ‘행복한 가족여행 만들기’의 ‘대박’ 또한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거라고 말한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사찰 관련 여행서 취재 또한 “평소 친분이 있던 스님들 오랜만에 만나 맛있는 음식 얻어먹고 재미있는 이야기 들으러 다니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인맥과 일은 유씨에게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인맥은 곧 일의 능력이자, 일은 곧 인맥을 얻는 과정이다. 유씨는 탁월한 네트워크 활용능력을 통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랐다고 자부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로 얻은 진정한 가치는 인생 그 자체의 풍요다.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과 정을 나누다보니 세상을 보는 폭이 넓어지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보다 큰 재산은 없겠죠. 무슨 일을 하든 광대한 세계관은 성공의 기본 배경이라고 생각해요.”
사람 좋아하는 것은 유씨의 천성이다.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사람을 참 좋아했어요. 지나가는 사람도 불러 세워 밥 먹고 가라, 술 마시고 가라며 집에 초대하는 일이 다반사였죠.” 대학 재학 시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친한 척 한다고 동기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다. 여자에게는 ‘작업’이라는 오해를 살 때도 많았다.
인간관계는 두 번째 만남에서 결정 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인맥 쌓기 비법은 타고난 면이 크다. 유독 사람에게 관심도 많고 그러다보니 사람에 대한 기억력도 뛰어나다. 전화번호도 대부분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인관관계는 두 번째 만남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유씨의 지론이다. 두 번째 만날 때 첫 번째 만남에서 인상적이었던 대화나 사건 등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환기시킨다. 그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을 사귀는 데에 있어서 급을 두지 않는다는 것도 유씨의 철학이다. 권력이나 재력은 물론 정치적 사고방식이 달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인맥은 양보다 질이라지만 유씨는 그런 질을 가려본 적이 없다. 그저 상대가 자신을 불편해하는 눈치면 자기도 더 이상 ‘오버’ 하지 않는 정도가 사람을 가리는 기준의 전부다.
처음 사람을 사귈 때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대화 중에서 차이점보다는 공통의 관심사에 집중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겐 나이에 상관없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비법이 돼버렸다. “형님이라고 부른 사람들은 모두 1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합니다.”
사람들 리스트를 항상 손에 쥐고 다니지만 리스트에 대한 분류는 없다. 안부 전화 자주 하는 것이 인맥 관리의 소박한 요령이다. “저는 뭐 휴먼 네트워크의 기술자와는 거리가 먼 셈이죠. 금방 밭 매다 온 것 같은 외모야말로 가장 큰 강점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말투에서 느껴지는 소탈함이야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재미있는 점은 촌놈식 구수한 ‘접근법’이 세계 어디를 가도 먹힌다는 것이다. ‘형님’하고 웃으면 외국인들도 단박 친해진다니 유씨의 ‘형님’ 호칭에는 어떤 진정성이 담겨 있는 모양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