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산업의 동력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금융기관의 적대적 M&A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중은행이어 지방은행까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금융기관 주인이 대부분 외국인을 바뀐 상황이다. 그러나 바뀌는 과정이 정상적인 매각이라기 보다는 펀드를 끼고 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자본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지주가 유일하다. 국민은행 신한은행과 함께 ‘빅3’로 올라선 은행이면서도 국내자본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말 우리금융지주의 총 상장주식수는 7억9,645만주. 외국인 비중은 11.58%에 불과하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 지분 78.91%를 감안하면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절반 이상이 이미 외국인 손에 넘어간 형국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분의 76.05%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그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신한지주 또한 3,098만주 가운데 3분의 2에 육박하는 1억9,433만주가 외국인 소유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은행에까지 영향력이 번지고 있다.
부산은행은 총 주식가운데 59.15% 대구은행 55.81%가 외국인 소유로 돼 있다.
은행 뿐 아니라 보험사의 외국인 지분율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화재는 62.25%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현대해상(48.95%)과 동양화재(40.09%)도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다. 증권사는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인 지분이 낮은 수준이지만, 10~30%까지 주식을 보유하며 여전히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통한 기업정보 유출
이는 단순히 주식보유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금융을 중시하던 금융권에 그 만큼 기업에 대한 자료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제2, 3의 적대적M&A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9월2일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지난해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돼 있는 동아건설을 인수하려 했다가 법적분쟁까지 이어졌다.
당시 부당성을 주장했던 법조계 관계자는 “동아건설의 파산채권을 외환은행이 팔고 론스타가 매입한다는 것은 자회사 은행의 손실이 불보듯 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외환은행 팔고 외환은행이 산다면 채권회수라든지 제3자 매각을 통해 외환은행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외환은행이 팔고 론스타가 매입한다는 것은 금융회사는 손해를 보고 대주주가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한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인수 후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면 문제가 작겠지만, 단순 해지펀드라면 은행내 기업정보를 빼 내갔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들로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신종명기자 skc113@sis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