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218㎝ 몸무게 160㎏의 거구이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 K-1에서 불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홍만은 지난 3월19일 서울대회에서 와카쇼우와 아케보노를 KO와 TKO로 꺾은 이후 무에타이의 카오클라이마저 판정으로 물리치며 데뷔 대회 우승이라는 파란을 일으켰다.
6월 히로시마 대회에서 미국의 톰 하워드를 제압한데 이어 7월29일 아케보노와의 재대결에서도 펀치 연타로 TKO승을 이끌어 냈다. 또 9월23일 일본 오사카 돔에서 개최된 2005 K-1 월드그랑프리 예선에서 ‘야수’라고 불리는 미국의 밥샙(31)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과의 경기에서 최홍만이 심한 타격을 받은 것은 로우킥으로 하체를 공격당한 것이 전부였을 뿐, 시종일관 큰 신장을 이용 상대를 압도했다.
킥 공격 피하면 해 볼만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최홍만은 오는 11월19일 올해 최고의 파이터를 가리는 2005 K-1 월드그랑프리 결선(8강 토너먼트)에서 K-1의 ‘황제’라고 불리는 레미 본야스키(29·네덜란드)와 일전을 치른다. 연승행진을 하며 상승세인 상황에서 이번에 맞붙는 상대가 너무 쎄다. 본야스키는 2003, 2004 K-1 월드그랑프리를 2연패하고 피터 아츠와 에너스트 후스트(이상 네덜란드)가 양분하던 K-1을 천하통일 한 인물로 현역 최강이라는 말 보다는 ‘황제’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러한 본야스키가 9월25일 열린 조추첨에서 최홍만과 결선 1차전을 치르겠다고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작위 추첨으로 1~8번까지 순번을 정한 뒤 빠른 번호 순으로 A부터 H까지 나열된 8강 토너먼트 대진표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2번을 뽑은 최홍만이 B를 선택하자 3번을 뽑은 본야스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A를 지목했다. 이로 인해 현역 가운데 가장 큰 신장을 가진 ‘거인’과 현역 최고의 기술을 갖은 ‘황제’와의 대결이 이뤄졌다.
두 선수가 이번 경기에 나서는 각오도 남다르다. 올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최홍만은 역대전적 6전승(3KO)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대들은 최정상급은 아니었지만 흔히 말하는 ‘한 주먹 하는’ 선수들이었다. 본야스키가 최홍만의 1회전 상대로 자청하고 나선 것은 동료들의 복수(?)와 함께 경기에서 이길 경우 그의 위상을 한 층 높일 수 있을 호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야스키는 대진표를 선택한 이후 “K-1 무대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골리앗을 내 손으로 테스트하고 싶었다”면서 “최홍만이 크지만, 내 무릎이 그를 충분히 공략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홍만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본야스키가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는 있지만, 무예타이를 익힌 그가 뛰어난 발차기에 비해 주먹기술이 뛰어나지 않아 킥 공격을 막는다면 해볼 만 한 상대다. 본야스키를 넘어설 경우 세계 최고의 파이터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최홍만은 “디펜딩 챔피언에게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 그러나, 밥샙과의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만큼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