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현대자동차가 정작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악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뉴스는 현대자동차의 독점에 의한 고객 횡포와 만행을 피해자들의 입을 빌려 고발했다. 기사가 나간 후 ‘설마 현대차가...’라는 의문 섞인 반응을 일부 보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속이 후련하다’는 성원과 함께 ‘아직도 현대차의 비리가 많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이에 고객을 우롱하는 현대자동차의 만행을 고발함으로써 독자들이 알 권리를 찾게 하고, 현대자동차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재탄생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본 기사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자동차의 결함이 속수무책으로 발견되고 있는데다, 사후 고객처리에 엉망이고, 심지어 협박까지 감행되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 고객이나, 기타 현대차 관련 동호회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거대 독점기업의 권력과 자본으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현실이다. 사실상 광고를 생명으로 유지해 가는 언론계가 유착해 있고, 불만을 산 소비자들도 대부분은 돈으로 매수된다.
‘독점’믿고 소비자 우롱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73%(기아차 포함)나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독점기업’에 속한다. 이제 현대차는 국내서 뿐 아니라 세계시장 ‘TOP 5' 진입을 목표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기아의 인수.합병, 대우차의 부도, 쌍용차의 몰락, 삼성차의 후퇴가 가지고 온 반사이익이 강하다. 여기에 국내 순수기업 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애국심‘이 크게 작용했다.
고객들은 ‘현대차’라는 기업 이미지만으로 국내 ‘최고’임을 신뢰했고, 현대자동차의 판매고를 높여줬다. 그러나 지나친 ‘독과점’이 제품의 완성도나 품질경쟁력이 떨어지고 고객 서비스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량 판매대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본질적인 품질개선이나 소비자 만족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대표 브랜드로서 해외 명차에 견줄만한 최고급차라고 자부하는 ‘에쿠스’도 결함 덩어리라는 고객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최고급차’라고 믿고 샀던 구매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기 오작동과 결함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이 개선됐다고는 한다 하지만 ‘자동차 소비자 세상’(www.caras.or.kr) 에 따르면 44가지 결함과 65가지가 넘는 오작동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주로 발생되는 차량 결함은 엔진 떨림이나 미션 오작동, 주행 중 심한 변속 충격과 진동 등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측은 이런 사항에 대해 “서서히 개선하고 있다”면서 “안전에 위험을 끼칠 만한 주요 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안일한 반응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외 명차와 견줄만한 최고의 차’라면서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단순히 ‘옵션’으로 치부한다는 건 엄연히 ‘책임 회피’에 ‘고객 우롱’이다.
문제해결엔 ‘책임회피’ 급급
이 때문에 카 매니아들 사이에선 ‘에쿠스’를 수입차와 비교하는 건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렉서스와 BMW, 에쿠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K모씨는 “솔직히 수입차에 비해 에쿠스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같은 급이라면 당연히 수입차를 선호하는 게 마땅하고 수입차의 경우 관세가 붙어서 그만큼 비싼 것인데, 에쿠스와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에쿠스와 다른 수입차 가격이 국내서 비슷하다 해도, 고장 없기로 유명한 수입명차의 관세가 빠지면 에쿠스의 경쟁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의 허술한 점은 안일한 사후관리 라는 점이다. ‘팔 때는 친절하게, 문제 생기면 나 몰라라’하는 게 현대식 고객 관리다. 취재결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대차 피해자들은 차량에 문제가 생겨 고객 불만팀에 연락을 취하면, △1단계- 처음엔 다들 “그동안 불편한 점이 많으셨겠습니다. 빨리 처리해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하고 △2단계- 한참이 지나도 처리해주지 않아 수차례 항의하면 △3단계- 조사결과 “차량 문제없음”으로 결정하고 책임 회피만 급급해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차량조사와 진술 등으로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객들이 제 풀에 지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끝까지 남는 소수의 고객들은 ‘당근 요법’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
얼마 전 현대차 피해자로, 수년간 자비로 홍보물을 만들고 ‘자동차 소비자 세상’이라는 사이트까지 개설해 현대차의 만행을 폭로한 이정주 씨는 “현대차의 문제를 물고 늘어진 ‘센’ 고객에게는 외부 유출을 않는 조건으로 현대차 측이 거액의 돈을 주고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며, 내 주위에도 정의에 불타 현대차와 싸웠던 사람들도 ‘당근’을 받아먹고 조용히 사라진 경우를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합의를 위해 ‘협박’까지 서슴치 않기 때문에 대기업을 상대로 하기에 힘이 약한 소시민으로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도 덧붙여 말했다.
언론사도 현대차의 ‘광고비’에 설설
한국의 ‘효자기업’으로서 인정받는 현대자동차가 뒤에서는 이런 만행을 버젓이 저지를 수 있는 것은 막강 권력 ‘현대자동차’이기에 가능하다. 자본과 권력의 힘을 쥔 현대자동차는 그야말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곳곳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를 알리고 바로잡도록 이끌어야 할 언론도 현대자동차의 ‘광고비’에 끌려 다니는 실정이다. 언론사의 생명줄과도 같은 엄청난 ‘광고비’를 주는 광고주의 비위를 건드리면 경영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쉽사리 정론(正論)을 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터넷에서 ‘현대자동차’ 관련 뉴스를 검색해 봐도, 홍보성 기사가 무차별 폭격처럼 수두룩하다. 한 현대차 피해자는 “언론사에서 실컷 취재를 왔다간 기자분들도 당시에는 분명히 ‘보도감’이라고 하셨던 분들이 갑자기 윗분의 지시가 내려와서, 또는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서도 말린다는 얘기를 하면서 보도되지 못한 적이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안티 현대차의 한 회원은 “우리나라 웬만한 곳에 현대자동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 있냐”며 “아무리 강한 무기를 들고 있어도 어느 한 개인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도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