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저지로 첫 출근에 실패한 이건호(54) 신임 KB국민은행장이 취임식마저 미루게 됐다.
이 행장은 2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행장의 선임에 반발한 국민은행 노조원에 의해 취임식은 무산됐다.
은행 측은 이날 오후 취임식이 열리는 4층을 통과하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정하는 등 충돌을 막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그러나 오후 3시50분께 본점 앞에 나타난 이 행장은 노조의 철통같은 수비로 건물 안으로 진입도 하지 못한 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은행 앞은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이 행장 측과 농성 중인 노조원, 밀려드는 취재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노조 측은 이 행장을 향해 계란과 밀가루 등을 투척하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행장은“경사스러워야 할 날에 우리 식구들끼리 이런 모습 보이게 돼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마음을 열고 계속해서 대화 노력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권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 행장이 자진사퇴 할 때까지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출근저지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 행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인 이건호 행장은 당장 사퇴하라”며 농성에 돌입한 노조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관치금융은 말도 안 된다”며 “은행장은 단 하루도 비워놓을 수 없는 막중한 자리로 현재 행장 업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잡음은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 취임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 회장 역시 노조의 반대로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다가 14일만에 정상 출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