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STX 조선해양 강덕수 회장이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STX 채권단은 이날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 경영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STX조선 부사장(조선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의 '10년 천하'가 막을 내렸다. 강 회장은 그간 재계에 숱한 화제를 남기며 웅진그룹 윤석금 전 회장과 함께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왔다. ‘평사원 출신 CEO’라는 명성은 지난 10여 년간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수식어.
그는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30년만에 2003년 STX그룹 회장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후 과감한 인수합병(M&A)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STX를 재계 13위 대기업까지 성장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STX그룹 출범 이래 10여 년간 매출은 100배, 임직원은 75배씩 성장하며 재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STX그룹은 2008년 이후 공격적인 경영이 되려 부메랑이 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등 그동안 STX의 실적을 견인했던 주력 계열사들은 줄줄이 쇠락했다. 그룹 전체 재무구조까지 미친 타격은 STX팬오션 등 계열사를 회생절차로 이끌었다.
재계는 그간 강 회장의 '신화적인 경영 이력'을 두고 그가 STX의 재기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채권단이 STX 주요 계열사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많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면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지난 2일 STX조선이 자율협약 체결 이후 처음으로 약 400억원(3400만~3500만 달러) 상당의 5만DWT급 MR 탱커 1척을 수주하면서 이 같은 기대감은 증폭돼 왔다.
그러나 강 회장은 지난달 2일 경영책임을 이유로 STX팬오션 대표에서 물러났고 그룹 내에서 입지는 매우 옹색해졌다. 결국 이날 결정으로 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대우조선해양으로 모아졌다.
이번에 STX조선 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린 대우조선 박동혁 부사장은 30여 년간 대우조선에 몸 담아왔다. 1957년생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 1982년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한 뒤 특수선생산담당 이사부장, 종합계획담당 상무, 생산지원본부(전무), 특수선사업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채권단이 STX 회생의 '키맨'으로 대우조선 박동혁 부사장을 앉힌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STX 위탁 경영을 맡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대한조선 위탁경영'을 체결하며 중소형 조선사 회생의 모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대한조선이 대우조선의 안정적인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회생 절차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어 STX도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박 부사장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져 STX가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강덕수 회장의 사임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채권단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강 회장 사임 요구는)채권단이 기업회생에 그것(강 회장 사임)이 제일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