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동양그룹이 총 1조3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손실을 입히고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등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28일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사장, 이상화(45) 전 동양인터내셔널 사장, 김철(40)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금모 동양레저 대표와 김모 동양시멘트 대표, 이모 전 동양증권 대표, 김모 전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등 전·현직 고위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은 CP 발행 등의 혐의에 연루된 사실이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아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현 회장과 임원들의 범죄 액수는 사기 1조3032억원, 배임 6652억원, 횡령·배임수재 193억원 등 2조원에 가깝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은 지난해 2월22일부터 9월17일까지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옛 동양캐피탈) 등의 계열사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1조3032억원 상당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 회장은 ㈜동양(옛 동양메이저)을 지주회사로 하는 그룹 전체 지배권을 유지했지만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회사채와 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외부차입금으로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등 계열사 지분을 매입, 그룹 지배권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 회장과 공모한 정 전 사장과 이모 전 동양증권 대표 등 고위 임원들은 동양레저, 동양캐피탈이 자기 매출의 12배~13배에 이르는 CP를 발행·판매했고, 동양증권은 고객보호 차원에서 리스크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점별로 계열사 CP·회사채 판매량을 할당,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판촉활동을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부도설이 흘러나오자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동양파워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는 내용 등이 담긴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법정관리가 임박한 시점에 오리온 그룹의 동양그룹에 대한 신용지원이 확정된 것처럼 거짓 정보를 시장에 흘렸다.
결과적으로 그룹 오너의 경영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양레저 등 각 계열사는 사업과 무관한 CP 채무 부담을 지게 됐고, 이 같은 그룹 지배권 유지비용은 CP를 매개로 시장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낳으면서 '동양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냈다.
동양그룹 부도 금액 총 3조2867억원 중 CP와 회사채가 차지하는 규모는 2조3930억원으로, 이 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CP·회사채는 총 1조6999억원, 개인투자자 수는 4만1398명으로 저축은행 피해자 2만여명보다 2배 이상 많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의 CP발행 목적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룹 오너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것이며, CP발행 자금이 대부분 오너 지배권 유지비용으로 소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은 지난해 7월~9월 동양레저가 발행한 CP 등 총 6231억원어치의 어음을 동양파이낸셜 등 다른 계열사가 매입토록 지시해 상장사인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의 동반 부도를 초래했고, 동양네트웍스가 소유한 119억원 상당의 동양시멘트 주식을 ㈜동양이 발행한 담보부전자단기사채 1700억원(전액 부도)에 대한 담보로 제공해 손실을 끼쳤다.
동양증권은 ㈜동양이 시공한 한남동 빌라 등 미분양 부동산을 171억원 상당 고평가된 1003억원에 매입했고, 동양네트웍스는 131억원 상당의 종로 가회동 부동산을 동양시멘트의 농협 대출금 담보로 제공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자산 및 매출액 과다 계상 등의 허위제무제표 공시, 대손충당금 미설정 등을 통한 분식회계로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등을 위반한 사실도 현 회장과 임원들의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사기성 CP 발행 뿐만 아니라 현 회장과 주요 임원들의 횡령, 배임수재 등의 비리를 함께 적발했다.
현 회장은 자신의 개인 대출금 채무 담보로 제공하기 위해 동양인터내셔널이 소유한 시가 141억원 상당의 동양시멘트 주식을 횡령했다.
김철 전 대표는 보험중개회사, 시멘트대리점으로부터 동양그룹과의 계약 체결에 따른 대가로 10억원 상당을 수수하고 동양네트웍스 법인 계좌에서 3억원을 인출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10억원을 횡령했다.
이상화 전 대표는 레미콘 업체로부터 시멘트 선급금으로 받은 10억원과 ㈜동양이 시멘트 대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15억원 상당 어음을 횡령했고, 동양시멘트 소유의 시멘트 233억원 상당을 중간 거래업체에 담보로 제공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동양인터내셔널의 회계분식, CP 발행 등에 대해 가담해 그룹이 한계 상황에 봉착했음을 인식하고도 회사 자금을 착복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득했다”며 “그룹의 부실을 가속화하여 부도라는 결과에 일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현 회장과 임원들이 횡령한 돈의 구체적인 용처를 계속 추적하는 한편, 미공개정보이용에 의한 주가조작 의혹, 금융당국 등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동양그룹과 관련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