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추락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불확실성 증가가 1997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가 폭락한 다음날 터키, 남아공,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는 200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결국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쳐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24일 2%나 하락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지난해 5~9월 가시밭길을 걸은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월 테이퍼링(양적 완화 단계 축소)를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흥국에 투자된 금액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
몇 개월 간 경제 상황은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위기가 빅뱅처럼 한 번에 터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7년 7월 태국은 고정환율제도 포기를 선포하고, 변동환율제를 실시해 동남아시아 금융 폭풍의 시작을 예고했다. 1997년 7월2일 하루 동안 태국 바트화 환율은 달러 대비 17% 감소했고, 4개월 간 40%나 추락했다.
4개월 후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1년 후 러시아는 루블화의 평가절하와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90일 간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 디폴트(채무불이행) 발표 후, 전염병은 브라질의 최대 규모의 달러화 순유출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가지 불확실성이 추가됐다. 하나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양적완화 축소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8~29일 임기 중 마지막 정책 회의를 갖고,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QE) 축소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더욱 심리적 압박을 줘 더욱 큰 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신흥경제국가 시장이 자금 부족으로 압박을 겪는 가운데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선진국 시장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히 선진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테지만 이머징마켓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문제의 핵심은 지속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빚을 갚기에도 부족한 외환보유액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포퓰리즘과 국가 간섭으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결국 자국 내의 문제로 생긴 불황인 것이다.
또 브라질과 남아공, 러시아 등은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다. 이들 국가에는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도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와 인도의 경우, 미국의 QE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고 단기 부채를 상환하는데 필요한 유동성 흐름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정부 관리들과 시장 전문가들도 모든 신흥국 시장 상황이 동일하지 않으며, 시장 혼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경제 패닉을 불러일으킬만한 계기로는 사회적 불안정과 개혁을 막는 정치적 교착 상태을 꼽을 수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힘이 약화돼 있고, 브라질도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인플레이션, 헤알화 가치 하락 등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두 번째 계기는 신흥국 은행 및 중앙은행이 경제적 어려움과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을 숨기는 것이다. 1997년에도 많은 은행들이 최악의 상황을 숨기다 결국 낭떠러지로 몰린 바 있다. 태국과 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모든 이머징마켓의 공통된 특징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이미 악화된 상황으로 국가 차원에서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있다.
결국 정체 상태의 정치적 교착과 사회적 불안, 그리고 은행의 부실 등이 유심히 지켜봐야 할 사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