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기자] "임금 피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겠다."
길환영 KBS 사장이 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조정안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KBS 직원의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인건비 감축 등의 자구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수신료만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임금 피크제' 등의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KBS는 방통위에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에서 대부분의 경비는 5%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인건비에 있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겠다고만 나와 있었다.
길 사장은 "일률적인 인건비 삭감은 노사합의나 노동법의 문제 등이 걸려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다"면서 "임금 문제는 경쟁사로의 이직 등의 문제가 있어 일반 경비처럼 다룰 수 없다. 다만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해 임금 부분에서도 삭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방통위 회의는 방통위가 국회에 의견서를 첨부해 넘기기 위한 막바지 절차로 길환영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해 방통위에 의견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해 KBS 이사회는 월 2500원이었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한 뒤 12월 12일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방통위 사무국은 5일 후인 17일 상임위원 전체회의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BS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회계 분리, 인건비 감축, 보도의 공정성 확보, 광고 비중 줄이기의 현실화 등이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이날 진행된 회의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KBS의 수신료 조정안에 대해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수신료를 1500원 인상하면 매년 4000억 정도의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매년 2100억원의 광고를 줄이겠다는 계획이 현실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길환영 사장은 "우선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보는 시간대나 주 시청시간대를 피한 부분에서 광고를 축소함으로써 광고로 인해 올 수 있는 그런 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광고를 담당하는 코바코와의 협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굳이 500원만 올려도 되는 수신료를 1500원이나 올리면서 매년 2100억원의 광고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2100억원의 광고가 종편이나 다른 미디어로 빼내기 위해 수신료를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문석 상임 위원은 "수신료의 비중을 37%에서 50%로 올린다고 방송의 공정성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50%라는 상징성 때문에 광고를 줄인다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KBS가 줄인 2100억원의 광고는 종편이나 다른 미디어가 가져가는 데 왜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민영 방송사까지 먹여살려야 하냐"고 질책했다.
이에 길환영 사장은 "광고가 나쁘다는 표현은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광고를 얻기 위해 막장 드라마를 만든다거나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따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광고 비중을 줄여야된다고 한 것"이라면서 "광고를 하지 않고도 재정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공영방송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KBS의 보도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보도의 공정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KBS는 잘하고 있는데 외부 시선이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 전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양문석 위원은 "수신료 인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적 책무 중 하나인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해야한다"면서 "여전히 KBS는 끊임없이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 지적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회계분리와 유휴자산 매각, EBS의 수신료 배분 문제도 강하게 제기됐다. 특히 자문위원회의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EBS의 수신료 배분이 수신료 조정안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김 교수는 "조정안에는 EBS의 수신료를 현행 3%에서 5%로 올리겠다고 돼 있는데 2500원일 때는 위탁수수료를 포함해 9.15%가 EBS로 가지만 4000원 인상 수신료에서는 8.84%만 빠져나간다"면서 "한전의 위탁 수수료를 줄이면서 오히려 KBS가 수신료를 더 가져가는 계산법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길 사장은 "계산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추후에 그런 취지를 살려서 실무 선에서 검토해보면 될 문제"라면서 "지난해 EBS 광고 수익이 350억 정도라 그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놓고 보면 5%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길 사장은 광고와 수신료의 회계 분리에 대해서도 "수신료를 어디에 쓰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이나 광고 수입과 합쳐서 수신료가 쓰이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회계사 등을 통해 이 부분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