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기자]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시행되면 내년 1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50g/㎞을 중립구간으로 놓고, 130g/㎞ 이하 차량 구매시 보조금을, 151g/㎞ 이상의 차는 부담금을 추가로 낸다. 현재까지 논의된 수준에서 경·소형차종은 값은 내리겠지만 대형·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은 최대 70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규제 수준이 높다는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환경부는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과 기준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내달 중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두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중·대형 차종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경차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일단 연비 과징금의 경우는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산업부의 규제 수준은 협회와 충분한 협의가 됐다"며 "업체에서도 무리 없이 규제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저탄소 협력금제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협회에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비 과징금 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저탄소 협력금제의 경우 가격을 통한 정책 규제가 실패한 사례가 많이 있는데도 조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일단 연비 과징금부터 도입하고 차근차근 규제를 넓혀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황 탓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지만 SUV와 레저용차량(RV)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법 적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앞선 수입차 업체와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인데, 환경 규제 강화로 고사할 수도 있다는 데 부담감이 크다. 특히 SUV가 주력인 쌍용차의 경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일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탄소협력금제는 유럽 기준에 맞춰져 있어 국내 실정과 동떨어진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에는 라인업이 다양해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GM의 경우에는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고, 르노삼성의 경우에는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소형차·친환경차 위주의 합리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너스-맬러스 제도'를 통해 저탄소차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매년 24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자동차 업계들이 소비자들의 친환경차 구매 수요 증가로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자동차 업계로서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